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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습한 폭염에 사람 쓰러지고···농작물에는 병해충 '습격'


장마 안 끝났는데 연일 폭염···"길 가다 일하다 운동하다 줄줄이 쓰러진다"
체감 온도가 33도를 웃도는 한낮.

간호사와 구청 직원이 집마다 돌며 대문을 두드립니다.

어르신이 홀로 사는 집들입니다.

유지원 대구 달서구보건소 "저희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이런 거 드리러 왔어요."

이 더운 날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아픈 데는 없는지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미숫가루와 물통, 부채까지··· 챙겨온 물품을 전달합니다.

물을 자주 마시고, 한낮에는 밖에 나가지 말고, 시원하게 지내야 한다고 온열질환을 막기 위한 당부도 빼먹지 않습니다.

대구와 경북은 2024년 6월부터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이른 더위가 찾아왔고, 장마 때도 무더위가 이어지다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부터 폭염특보가 내려졌습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했고, 지자체가 어르신들 건강관리에 나선 겁니다.

5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대구 14명, 경북 88명입니다.

길을 가던 80대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60대가 탈진하는가 하면, 저녁에 운동하던 30대가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상황도 마찬가집니다.

7월 24일 기준, 지난 5월부터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702명, 2023년 같은 기간보다 훨씬 많습니다.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이 가장 많았고 논·밭과 길가가 뒤를 이었습니다.


요즘같이 장마가 끝나갈 무렵부터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는데 특히 50대와 60대가 취약했습니다.

온열질환은 나이나 시간대와 관계없이 더위에 오래 노출되면 갑자기 찾아올 수 있습니다.

두통이나 어지러움, 피로감이나 의식 저하를 불러 올 수 있는데 장시간 방치하면 위험합니다.

김형래 대구 달서소방서 구급팀장 "온열 질환이 의심될 때는 즉시 서늘한 장소로 이동하시고 이온 음료나 물을 드시고 휴식을 취하시면 회복될 수 있습니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일을 할 때 1시간에 10~15분은 충분히 쉬는 게 좋습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119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합니다.


논밭에선 병해충 기승···속절없이 당하는 농산물 피해
이런 무더위, 온열질환만 문제가 아닙니다.

논밭에서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대구 달성군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어르신은 요즘 날이 밝자마자 밭으로 나옵니다.

아침에도 체감 온도가 30도 안팎까지 오르는데 비지땀을 흘리며 사과나무 구석구석 방제약을 칩니다.

박대구 대구 달성군 가창면 사과 "토요일에 (약을) 쳤는데 치고 나서 소나기가 쏟아져 버리니까 다 씻겨서 오늘 다시 쳤죠··· 안 치면 다 썩어버리니까, 벌레 다 먹어버리지."

2024년만 약 치는 게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비가 오면 또 헛수고가 되지만 그 잠깐 사이 병해충이 생길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2023년에도 순식간에 퍼진 탄저균 때문에 가족이 먹을 것도 못 건지고 사과를 모조리 다 버렸습니다.

2024년은 균을 피하고자 밭에 쇠막대를 세우고 방조망까지 씌웠는데, 벌써 나무 여기저기 잎마름병이 왔고, 탄저병이 옮은 열매도 하나둘 보입니다.

얼른 병 걸린 열매를 따지만 불안합니다.

농민은 비가 와도 해가 떠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논에는 방제 드론이 떴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병해충 막는 약을 뿌립니다.

장마가 끝날 무렵, 태풍이 오기 전 이 시기에 벼 잎을 갉아 먹는 해충이 특히 번식합니다.

이때를 놓쳤다가 한 해 농사를 다 망칠 수 있어서 지자체가 관내 2천600여ha 논에 방제 지원을 나선 겁니다.

권은란 대구 달성군 농업정책과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발생하기 쉬운 도열병이나 나방류 등의 확산을 선제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 전액 군비로 군 전역에···"

복숭아 농가 중엔 병을 피하지 못하고 이미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린 곳이 많습니다.

경북 경산의 한 복숭아밭.

붉게 다 익은 열매가 모조리 바닥에 버려져 있습니다.

열매들은 표면이 검게 타고 움푹 파였습니다.

수해를 겨우 지났더니 탄저병이 돈 겁니다.

장마에도 폭염이 이어진 탓입니다.

이원준 경산복숭아영농조합장 "90% 수확을 못 했어요. 딴 것도, 한 10% 정도 딴 것도 거의 뭐 병이 와서··· 가져가서 선별해도 거의 다 (못 팔아요). 지금 뭐 (속상한 건) 말도 못 하죠, 말도 못 하고 피해를 보니까 정부에서 지원도 안 되지··· 2023년에도 복숭아 농가들 탄저병 피해가 심했는데 2024년은 수확이 더 적어요. 2024년은 장마하고 더위 때문에 그런데··· 열매 자체도 안 굵어요. 그전에는 날씨가 좀 선들선들하면 열매가 잘 굵게 오래 올라왔는데··· 2024년 같은 경우는 열매도 안 커지는데 탄저병이 다 왔더라고요. 마음이 아프죠. 하늘이 도와줘야 하는데··· 이제 남은 열매라도 건지게 날씨가 좀 바람 불고 좋았으면···"

농민은 600평 밭의 수확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날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오락가락 비에 습한 날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국내에는 없었던 돌발 해충이 나타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십 년 농사지어온 농민들도 대처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원권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농학박사 "계속 고온다습한 기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사과, 복숭아, 고추 이런 밭작물들에 탄저병이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제했더라도 비가 그친 후에 추가 방제를 해야 합니다. 또 기류를 타고 해외에서 날아오는 비례 해충도 발생할 수 있고요. 기상이 계속··· 기후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국내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돌발 해충들, 예를 들면 갈색날개매미충이라든지 미국산 선녀벌레 같은 해충도 굉장히 많이 지금 번식하고 있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경상북도는 2년 전부터 농작물 병해충 자동 예보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지역별로 유행하는 병해충 정보를 공유하고 언제, 어떤 병과 벌레에 무슨 약제로 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겁니다.

정원권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농학박사 "예전에는 경험이나 느낌으로, '5월 하순이면 이런 병이 온다.' 이렇게 대비했는데 지금은 기상이 많이 바뀌고 변동성도 커서 느낌이나 습관이 아니라 기상 데이터에 의해서 방지해야 합니다."

한낮 33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또 소나기가 계속 예보됐습니다.

농민들 시름은 커지고 있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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