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의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농사일을 기계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일 산지에서는 결점이 있는 과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걸러내기 위해 AI 선별기 도입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기기만 들여놓으면 되는 게 아니라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정도로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보도에 서성원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청도군의 한 들녘에 있는 농산물 산지 유통센터입니다.
농가에서 생산한 천도복숭아를 대형마트 등지에 납품하기 위한 선별이 한창입니다.
베테랑 작업자들이 결점 있는 복숭아를 쉴 새 없이 걸러내지만, AI 선별기의 엄격한 심사가 또다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탄저병과 세균성 구멍병은 물론이고 씨가 갈라지는 핵할까지 순식간에 찾아냅니다.
28가지 선별 기능이 있는 이 기기를 도입한 건 2020년, 품질만 생각하며 5년간 거래업체와 신뢰를 쌓아가다 보니 매출은 6배나 늘었고, 인력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습니다.
AI 선별기가 지금의 능력을 갖출 때까지 3년간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지금도 보완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종복 동청도농협 유통센터장▶
"몇 날 며칠 밤도 새면서까지 저희가 자료를 만들고, 이건 어떻게 할지 저건 어떻게 할지, 기계적으로 이게 될지 안 될지 그것까지 검증과 검증을 거쳐서···"
도입 초기 AI 선별기가 작은 결점까지 찾아내면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던 농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최희군 동청도농협 조합장▶
"AI 기계 지나가면 원품(납품할 수 있는 제품)의 개수가 나옵니다. 절반 정도를 파지(결점 있는 과일)로 빼내니까 팔 게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가격이 공판장 보내는 것보다 반값밖에 안 된다' 이래서 처음에 애먹은 겁니다."
털 있는 복숭아를 선별하고 있는 또 다른 산지 유통센터입니다.
2023년 가을, AI 선별기를 도입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기존에 쓰던 선별기만 가동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복숭아 생산이 끝나고 이제는 부드러운 복숭아만 들어오면서 상처가 날 우려 때문에 AI 선별기를 쓰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카메라 사각지대를 없애야만 보다 정확한 선별이 가능해지는 숙제도 안고 있습니다.
◀안병철 청도농협 유통센터장▶
"처음이다 보니까 얘(AI 선별기)가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2~3년간 더 우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학습을 시켜서 보완을 시키는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고···"
이런 어려움 등으로 몇 해 전 AI 선별기를 도입해 놓고도 지금은 쓰지 않고 있는 산지 유통센터도 있을 정도입니다.
고질적인 인력난 극복과 보다 나은 품질의 농산물 판매를 위해 AI 선별기 도입한 산지 유통센터들은 '호락호락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라며, 긴 시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서성원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