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총장 비례대표 공천 신청·번복으로 '공분' 폭발
경북대가 '의과대 정원 증원'과 '무전공 확대 방침'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총장의 비례대표 공천 신청과 번복'까지 겹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홍원화 총장은 임기를 불과 7개월 남기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마를 시도했습니다.
총장직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말이죠.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경북대 교수와 학생들은 분노했습니다.
글로컬 사업 탈락, 금오공대와의 통합 불발, 의과대 정원 증원과 무전공 확대 논란 등으로 가뜩이나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셈입니다.
경북대 곳곳에 홍 총장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었고, 일부 학생과 교수들은 경북대 본관 앞에서 총장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경북대 교수회도 홍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경북대 한 교수는 "학교의 전체 구성원들이 이 상황을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총장은 교수회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심이 그나마 이 대학에 대한 마지막 책임이 아닐까···"라고 밝혔습니다.
퇴진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도 홍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다만, 홍 총장은 2024년 10월까지인 잔여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총장의 바뀐 마음···조기 퇴진 이루어지나?
그런데 며칠 뒤 변화가 생겼습니다.
홍 총장이 교수회와의 간담회에서 총장직 '조기 사퇴'를 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홍 총장은 교수회에 "빠른 시일 내 후임 총장 선정"을 요청했습니다.
"새 총장이 선정되면 잔여임기와 상관없이 최대한 빨리 총장직이 인수인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학내 산적한 현안 등을 정리하고 마무리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자진 사퇴보다는 조기 퇴진 형식을 택했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경북대 또 다른 교수는 "오늘 사퇴하면 대행 체제로 가야 되는데, 집행부도 당연히 사퇴를 해야 하고, 학교가 말이 안 되니까. 가장 문제없이 바꾸려다 보니까···"라고 취재진에 말했습니다.
경북대 교수 평의회는 3월 21일 총장 임기 단축과 조기 선거 시행 안건을 상정 표결하기로 했습니다.
안건이 통과되면, 총장 선거 일정이 4월 총선 이후인 6월이나 7월, 이르면 5월로 앞당겨질 전망입니다.
관심은 차기 총장으로···모두가 기대하는 이유는?
이제 관심은 차기 총장 선거로 모이고 있습니다.
현재 경북대 차기 총장에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10명 안팎입니다.
홍 총장이 조기 사퇴를 언급한 만큼, 후보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경북대 총장 선거 투표 비율은 교원 70%, 직원 23%, 학생 7%로, 지난 선거 때보다 교원은 줄어들고 직원과 학생 비율은 늘었습니다.
투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수들의 입김이 여전히 막강한 만큼 과연 자신만의 교육 철학과 방향성을 갖춘 총장이 선출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 경북대 교수는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시류에 따라 바뀌기보다는 교육의 철학과 방향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힘을 합쳐서 학교를 잘 발전시키는 사람이 총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원화 총장이 '조기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총장이 자초한 경북대 혼란은 더디지만 조금씩 수습될 전망입니다.
차기 총장은 무너진 신뢰 회복과 추락한 학교 위상을 다시 세워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습니다.
경북대 구성원들이 차기 총장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