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문자 한 통이었는데···복직은 9년 걸렸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해고됐던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원판결에 따라 복직했습니다.
3,321일.
9년 1개월여 만입니다.
울고 웃었던 2024년 8월 1일 첫 출근길을 동행했습니다.
"다시 일하러 갑니다!"
노동자 22명이 아사히글라스 한국자회사인 구미 AGC화인테크노한국 공장 정문으로 향합니다.
9년 전 매일 오가던 출근길인데 사계절을 아홉 번이나 지나고서야 다시 걷게 됐습니다.
시간 말고도 바뀐 게 있습니다.
이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 아닌 아사히글라스 정직원입니다.
박수갈채에 꽃송이와 응원가가 쏟아졌습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설레는 발걸음, 입구에서 출입증을 받아 들고는 노동자들이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송동주 아사히글라스 복직 노동자 "이렇게 축하를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당사자는 좀 무덤덤해요. 지금 너무 오랫동안 해고돼서 그런지··· 그래도 한편으로 고맙고 기분이 좋습니다."
노동조합 만들었다가···하루 아침에 문자 한 통으로 해고
이들은 지난 2015년 6월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하청업체는 직원 178명 전원에게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간이 투쟁이었습니다.
거리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노동청과 경찰, 검찰, 법원을 오가며 항의하고 시위하고···
중학생이었던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제 밥벌이를 할 만큼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7월 11일.
해고 노동자 중 22명이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청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원청 불법 파견 인정···이들을 직접 고용하라"
그리고 아사히글라스 정직원으로 복직됐습니다.
만감이 교차해 밤잠을 설쳤다는 해고 노동자 가족들은 첫 출근길을 동행하며 웃고 울었습니다.
아사히글라스 복직 노동자 가족 "아이구 너무 기뻤죠, 더할 수 없이 많이 기뻤죠. 하하하. 실감이 안 났어요. 이제 복직해서 계속 잘해 나갔으면··· (다른 어려움들도)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계속 끝까지."
아사히글라스 복직 노동자 아내 "못 잤어요. 그냥 모르겠어요. 자다 깨고 자고 하다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그냥 씻고 나왔죠. 제일 마음에 남는 건… 애들한테 제일 미안한데 (그동안) 애들 학원을 하나도 못 보내줬어요. 큰 애 같은 경우는 철이 좀 빨리 들어서 학교에서 체험이나 여행이나 돈 내고 가는 그런 게 많잖아요. 자기 선에서 다 끊고 안 가고···"
회사 측 "1대 1 개별 면담 후 근로계약 맺겠다"···복직 노동자 "아직 투쟁 끝나지 않았다"
노조 깃발을 들고 출근한 복직 노동자들은 9년 전과는 회사가 달라졌기를 기대했습니다.
오수일 아사히글라스 복직 노동자 "업무적으로 바라는 건 딱히 없는데 그냥 노조를 제대로 인정하고 적어도 9년 전과는 다르게 좀 변했으면 좋겠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는 이런 행태는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 바람입니다."
하지만 판결 직후 사측은 복직 노동자들에게 '당장 출근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출근 일자와 업무 등에 대해 협의하자는 노조의 제안은 거부했고, 대신 1대 1 개별 면담을 하고 근로계약을 맺겠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현재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복직된 노동자들이 아직 투쟁이 끝난 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노조지회장 "이 긴 시간을 이기고 견뎌낸 우리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이 승리는 법원이 아니라 법적 처벌을 수없이 받으면서 우리가 직접 만든 승리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반성도 사과도 없습니다. 오늘 첫 출근은 행복한 마음과 함께 다시 결의하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오늘 저 공장 정문을 들어가는 순간 투쟁 2막이 진짜 시작됩니다."
송동주 아사히글라스 복직 노동자 "정말 밉긴 한데 제가 들어가서 정말 좋은 회사로 바꿔야죠. 회사가 하는 거에 따라 또 싸워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