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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9년 싸움 만에 해고 노동자 22명 일터로 돌아간다···그동안 아사히글라스에 무슨 일이?


일본계 다국적 기업인 구미 아사히글라스(현 AGC화인테크노코리아) 사내하청업체 해고 노동자 22명이 일터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2015년 문자 하나로 해고당한 지 9년 만입니다.

지난 7월 11일, 대법원은 이들이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실질적인 지휘·명령은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하고 있다는 하급심 판결을 재확인했습니다.


대법원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업체 해고 노동자 직접 고용해야"
기나긴 기다림 끝에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습니다.

햇수로 10년, 해직의 고통을 견뎌내며 얻은 승리에 감격하고 서로 격려했습니다.

이날 대법원은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관련해서 3건의 판결을 했는데요.

먼저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대법원 3부, 주심 대법관 엄상필)에서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해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1, 2심과 마찬가지로 아사히글라스가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아직 판결문이 송달되지 않아서 대법원이 판결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판결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사건의 개요입니다.

아사히글라스는 TV나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자신이 운영하는 이 사건 공장의 TFT-LCD용 글라스 기판 제조 공정 일부를 주식회사 A에 도급을 주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은 주식회사 A 소속으로, 구미 공장에서 TFT-LCD용 글라스 기판 제조 공정 중 일부 업무에 종사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은 아사히글라스와 사내하청업체인 주식회사 A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실질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계약인데, 자신들의 업무가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인 데다가 2년을 초과해서 계속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주식회사 A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이상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용의 의사표시, 즉 직접 고용하라고 청구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쟁점은 해고 노동자들이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를 하면서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등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법리로 2015년 2월 대법원 판례를 적용했는데, 좀 길지만 중요한 내용이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해당 판례는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삼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삼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삼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삼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삼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파견 형사소송 최종심서 무죄 선고한 항소심 파기 환송···"비정규직 지회가 사용자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당사자 지위에 있다는 것 확인받았다는 의미"
불법 파견 소송에 대해서는 1심은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이라며 사측에 유죄를 선고했고 2심에서는 반대로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해 1, 2심이 엇갈렸습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 2021년 8월 1심에서 하라노타케시 아사히글라스 전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하청업체 대표이사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원청과 하청에 각각 1,500만 원,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불법파견으로 원청 사업주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첫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대구지법 제4형사부는 지난 2023년 항소심 판결에서 원심을 깨고 경영진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원청이 지휘하거나 명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앞선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과 마찬가지로 근로자파견 관계를 긍정하는 취지로, 즉 경영진이 유죄라는 취지로 2심을 파기환송 한다며 노동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금속법률원 탁선호 변호사는 대법원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은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가 사용자와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는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긴 싸움 끝에 일하던 노동 현장으로 돌아가게 된 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 현장에 불법 파견이 만연해 있다며 현장에서 부딪치며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불법 파견이 범죄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화성의 아리셀 참사 아닙니까? 2막으로,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가서 노동조합 활동 열심히 동지들과 함께하겠습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아···관련 행정소송 최종심에선 사측 승소
이날 대법원에서는 아사히글라스 관련 또 한 건의 판결이 더 있었습니다.

아사히글라스가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도록 한 게 부당노동행위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회사 측이 낸 소송에 대한 판결(주심 노정희 대법관) 인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1, 2심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요.

지난 2015년 5월, 아사히글라스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를 가입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결성됐습니다.

한 달 뒤 아사히글라스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하청업체는 계약 해지 두 달 만에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노조는 노동조합 설립을 이유로 폐업하고 해고한 거라며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습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판정했습니다.

아사히글라스가 하청업체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해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이 위축되거나 침해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한 생활 안정과 재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은 모두 회사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사히글라스가 해고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건 잘못이지만, 사측에 부당노동행위를 할 의사는 없었다고 봤습니다.

노동계는 반발했습니다.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가 됐습니다. 명명백백합니다. 이것이 어떻게 부당노동행위가 아니고 부당해고가 아닙니까?"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 33조의 노동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 원청업체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조법 2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당해고 기간 미지급 임금 지급 요구한 손배소 재판도 진행될 듯
한편, 이번 판결에 따라 해고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부당하게 해고된 기간에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 2022년 8월 19일 1심에서 해고자들이 청구한 금액 중 64억 1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해고자들이 사측의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고 일했고, 사측 소속 기능직 근로자와 같은 일을 했는데도 임금을 차별해 그 차이만큼 손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또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해고자들이 받았을 임금 등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는데요.

대법원이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의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고 확정판결한 만큼, 손배소 항소심 재판 진행도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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