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속 보도 '위기의 지역 대학', 오늘은 마지막 순서입니다. 비인기학과인 기초학문, 비판학문이 대학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인기학과 위주로 이른바 '학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데요,
장기적으로 지역 소멸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영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영균 기자▶
대구 지역 전문대 세 곳은 올해 '반려동물' 과를 새로 만들고 내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반면 취업률이 낮은 이른바 비인기학과들은 없어지거나 통폐합되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정원 10%를 줄였던 대구한의대에서는 국문과가 사라졌습니다.
정원 7%를 감축한 영남대도 불문과와 독문과를 유럽언어문화학부로 통합시키고 학부 정원을 줄였습니다.
정부의 재정 지원 기준이 취업률, 충원율 같은 성과주의 위주로 되다 보니 대학 구조조정은 결국 '학문 구조조정'이 된 겁니다.
기초학문, 비판학문이 사라지면서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토양은 척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소멸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오찬호/사회학자
"말이 안 되는 기준을 가지고 학문을 줄 세워서 없애고 있는 이런 흐름이 굉장히 위험하고요. 인문학이 취업이 잘 안 되는 것은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죠. 그런데 그게 인문학이 필요 없는 이유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거죠. 경쟁력이 없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사회에 없어져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던져봐야 할 거 같아요."
지역 대학 문제를 풀기 위해 수도권 대학까지 포함해 전국 대학이 형평성있게 정원을 줄이고, 문 닫는 대학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대학 만을 위해 한시적으로 긴급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아예 초·중·고처럼 대학까지 지역 교육청에서 관할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인터뷰▶안현식/동명대 교수
"(미국처럼) 일본도 사실은 지역 단위로 상당히 지자체와 대학의 연계가 긴밀하게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 한국도 조속히 교육부에서 손을 놓고 지자체나 지역에 관할권을 넘겨주는 것이 맞겠다"
지역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큰 틀의 해법으로 공공성의 관점, 지역균형 발전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윤영균) 하지만 정부의 실천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역대학뿐 아니라 지자체, 지역 정치권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MBC뉴스 윤영균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