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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대구·경북 행정 통합을 바라보는 시선들···"통합하면 신세계" "통합보다 균형 발전" "하더라도 주민들이 결정해야"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최근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권역별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11월 말을 기준으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시도는 2024년 10월 21일 공동 합의안을 도출한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주민설명회, 현수막, 광고판 등을 통해 행정 통합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등을 시도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도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잡음과 마찰음이 일고 있습니다.


주민설명회를 통해 드러난 대구와 경북의 시각차···대구는 통합 찬성, 경북은 반대?
먼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드러난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대한 대구와 경북의 시각차는 컸습니다.

대구에서는 주로 산하기관, 관변단체 등이 잇따라 통합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대구권 주민설명회도 큰 잡음 없이 끝나는 등 대구는 외견상 행정 통합 찬성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경북은 반대 여론이 우세해 보입니다.


경북 북부권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경북 지역의 일부 주민 설명회에서는 '주민 없는 행정 통합'이라는 비난 속에 파행됐고, 안동시와 예천군은 행정 통합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도 발표했습니다.

북부권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를 찾아 이른바 '원정 반대 시위'도 펼쳤습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TK 행정 통합에 가장 비판적인 기초단체장 중 한 명인 권기창 안동시장은 통합보다는 균형 발전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시장은 "경북도 대구만큼 성장이 됐을 때 그때 가서 통합해도 늦지 않지 않느냐,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시도민들이 공감할 때 (행정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구·경북 통합하면 연평균 성장률 1.41%→9.0%?···"허황하고 과장됐다"
가뜩이나 경북 북부권의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았는데, 대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행정 통합 '기대효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2026년 통합 이후 20년 뒤인 2045년에는 인구가 491만 명에서 1,205만 명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1.41%에서 9.0%로 급증한다는 예측에 '허황하고 과장됐다'는 비판이 대구시의회 행정사무 감사 등에서 쏟아졌습니다.

2024년 11월 19일 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김대현 대구시의원은 "부산, 울산, 경남 등 다른 지역의 행정 통합도 추진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지역도 고려하지 않고 통계를 낼 수 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장은 "수도급의 특별시가 됐을 경우, only(다만) 여기(대구·경북)만 됐을 경우에 한정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해 김대현 시의원이 "그런 통계가 어디 있느냐?"라며 어이없어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일방적인 통합, 형식적인 여론 수렴이라는 지적은 행정 통합 추진 초기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창용 대구경북우리손으로 공동대표는 "시도민들은 그냥 들러리 세워놓고 그냥 시도가 열심히 하고, 이런 방식으로 해서는 그게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데 아마 제약이 있고 한계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대구시·경상북도 "행정 통합 계속 추진하겠다"
이런 상황에도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행정 통합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경북 일부 지역에서 소지역주의가 팽배해 있다며 경상북도가 통합 추진에 속도를 내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홍 시장은 11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TK 행정 통합 문제는 대구시는 순조롭게 가고 있다. 그래서 경상북도가 좀 더 분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 투표 요구는 통합을 방해하는 책동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경북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시의회 동의안을 12월에 상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일주일 뒤인 11월 25일 대구·경북 행정 통합 추진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이 도지사는 2024 페루 APEC 정상회의 참관 소감과 도정 주요 현안 등을 브리핑하면서 "행정 통합이 되면 시장‧군수의 권한이 강화되고, 광역시‧도 단체장의 권한 또한 강화된다"며 "우리 손으로 우리가 직접 지역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행정 통합과 관련한 경북 북부권 시군 반발에 대해서도, 통합 이후에도 현재 경북도청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북부 지역에서 가장 걱정을 하는 도청을 옮기는 것 같은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옮기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누가 통합 단체장이 되더라도 균형발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북부 지역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 중앙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부권 발전을 위한 대책으로 추가로 행정기관 이전, 산업단지 건설, 기회발전특구 지정, 국제학교 신설 등의 방안도 언급했습니다.


"대구·경북 미래, 주민들이 주도해 만들자" 시민단체 발족···"TK 행정 통합, 주민 투표로 결정해야"
이런 가운데 행정 통합과 관련한 지역 시민단체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주민들이 주도해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발족한 시민단체인 '대구경북우리손으로'가 본격 활동을 시작한 건데요,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우리손으로는 2024년 11월 발족식을 갖고 앞으로 행정 통합에 대한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계획입니다.

시도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정 통합을 주민 투표로 결정하자는 게 이들의 핵심 주장입니다.

주민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데 예산을 확보하고 지출하는 건 민주 사회가 마땅히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는 겁니다.


김영철 대구경북우리손으로 정책위원장은 "대구·경북 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주민들이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논의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며 "그것의 가장 정당한 방식은 주민 투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TK 행정 통합의 문제점과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주민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서명한 공동 합의문, 주민을 들러리로 세운 형식적 설명회, 터무니없이 부풀린 기대 효과 등을 사례로 들며, 행정 통합 추진 과정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제상 대구경북우리손으로 기획위원장은 "모든 역량을 모아서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지금처럼 절차를 예전 방식으로 탑다운(하향식)방식으로 하다 보면 주민들에 관해서 실제로 그 에너지(역량)를 모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합의안의 허점도 지적했는데요, 시도민 권한과 재원의 획기적인 강화 등 자치권 강화 내용이 미약하기 때문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향식 의사 결정이 보장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창용 대구경북우리손으로 공동대표는 "시군구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과 함께 시도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그런 내용이 자치권 강화에 분명히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권한 강화뿐 아니라 시군구의 세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구경북우리손으로는 12월 19일 경북대에서 '대구·경북 통합 시·도민 토론 광장'을 여는 등 2025년 4월까지 5차례 토론회를 갖고, 2025년 1월부터 3월까지 시군구 순회 토론회도 열 계획입니다.

이후 지역민 여론을 종합해 2025년 6월 행정안전부 등에 주민투표를 제안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주민 투표보다 여론조사 및 시도의회 동의를 얻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구경북우리손으로의 통합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대구시의회가 TK 통합안 의결한다면?···경북도의회 동의→국회 특별법 제정까지 '험난한' 절차 남아있어
대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대구부에서 대구시가 됐지만, 여전히 경상북도 소속이었다가, 1981년 대구직할시로 승격하며 경북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40여 년 만에 대구와 경북이 다시 뭉치는 행정 통합은 분명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입니다.

찬성과 반대, 냉소적인 의견이 다양하게 뒤섞여 있는 가운데 TK 행정 통합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시의회가 12월에 행정 통합안을 의결하더라도 경북도의회가 북부권 등의 부정적인 기류를 잠재우고 통합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통합 추진의 최종 관문인 특별법 제정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국회 동의를 받기 위해 협조가 절실한 더불어민주당이 TK 행정 통합을 연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부의 중재안 제시로 무산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속단하긴 어렵지만,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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