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통령 직선제 선거 보름을 앞두고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대한항공 KAL 858기가 미얀마 안다만 상공에서 사라진 지 오늘로써 37주년을 맞아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는 11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김호순 유족회장은 인사말에서 "미얀마 안다만해역에서 KAL 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하고도 5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과 고통 속에 견뎌온 긴 세월을 뒤로 하고 이제 유해라도 수습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수색이 연기되어 이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합니다."라면서 흐느끼며 끝내 말문을 잇지 못했습니다.
2020년 1월 대구MBC 특별취재단은 미얀마 안다만해역에서 수심 50미터 지점에서 KAL858기 추정 동체를 수중촬영을 통해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구MBC가 촬영한 추정 동체가 KAL858기 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부 차원의 수색단을 구성했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 2월 정부는 미얀마 현지에 수색단을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수색이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항공기 조종사 출신으로 유족회를 대표해 대구MBC 특별취재단과 함께 수색 작업에 참여한 김성전 전 유족회 고문이 연대사를 이어갔습니다.
김 전 고문은 "윤석열 정부가 2년 6개월 조금 남았어요. 다음 정부가 집권하기 전에 선거 기간 전에 유가족들이 단합된 힘으로 제대로 된 사고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NTSB 즉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가 바다에 추락한 항공기를 수색하고 복원하는 영상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면서 단순히 KAL858기 동체를 찾아서 인양하는 데 그쳐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전 고문은 "비행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선박 인양 업체가 KAL858기 추정 동체를 그냥 건져 올리는 순간 사건의 진상 규명은 물 건너간다"라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사고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최규엽 신한대 초빙교수는 추도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최 교수는 "76년 전 제주 4.3 항쟁 시기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도 국가가 찾아내고 있고, 6.25 전쟁 때 피살당한 민간인 사망자들의 유골도 찾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왜 아직까지 KAL858기 사건 피해자들의 유골은 가족의 품 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구천에서 영원히 떠돌아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 유족들을 도왔던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가족분들과 같은 증언자들이 있고 역사의 증인이 있기 때문에 우리 역사는 변화 발전된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제가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면서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이어 유족회 유인자 부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격려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부디 마음의 문을 활짝 여시어 저희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부디 기억해 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애원했습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KAL858기 실종 사건 37주기 추모제는 유족들이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 희생자들을 위한 헌화를 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