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이름이 무슨 암호 같다"
'부호경일대호산대', 단번에 외우기도 어려운 8글자의 이 단어는 2024년 말 개통하는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역의 이름입니다.
대구와 경산을 오가는 교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이 경산 방향으로 연장됐고, 2개 역이 2024년 12월 개통할 예정입니다.
대구 도시철도이지만, 역의 이름은 역이 위치한 지역의 주민들 의견을 청취해 지어야 합니다.
경산시는 2023년 말 시정 조정위원회를 열어 2개 역의 이름을 '부호경일대호산대'와 '하양대구가톨릭대'로 정했습니다.
지역명인 부호리에다 경일대, 호산대 등 학교 이름을 모두 표기했고, 대구가톨릭대학교 앞에 만든 역도 같은 방식으로 대학교 이름을 넣어서 지었습니다.
경산시 시정 조정위원회는 간결한 명칭 대신 인근 대학 이름을 넣은 역명을 고집했습니다.
역명을 짓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고, 하양읍 이장 협의회의 추천도 받았다는 입장입니다.
2개 역 모두 8글자로 대구 도시철도 역 가운데 가장 깁니다.
지금까지 가장 긴 역 이름은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 역으로 7글자입니다.
홍준표 "역 이름 너무 길다. 단순화하라."
2023년 말 "이름이 너무 긴 것 아니냐?"며 잠시 논란이 됐던 역명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으로 최근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홍 시장은 6월 7일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안심-경산 하양 연장 구간에 신설된 역명이 너무 길어 혼란이 많다"며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경산시와 긴밀히 협의해 역명을 단순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전언에 따르면 '역명을 바꾸지 않으면 12월 개통하지 않고 개통일을 미루라'며 으름장을 놨다는 소리도 전해집니다.
대구시 관계 부서와 대구교통공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대구시는 역명을 줄여서 '부호'와 '하양역'으로 단순화하자고 경산시에 제안했습니다.
"안내 전광판에 한꺼번에 표시도 못 해"
대구교통공사는 역 이름이 너무 길어서 노선도와 안내 시스템을 만들 때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전동차 안에 객실 표시기에 하차 역을 안내하는데, 역 이름을 넣을 수 있는 최다 글자 수는 7자로, 2개 역 이름을 고수한다면 한 글자를 자르고 표시하거나 8자를 모두 나타내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객실 표시기를 모두 교체해야 합니다.
대구교통공사는 경산시민과 대구시민 모두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역명을 사용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호경일대호산대 역의 경우 '부호'로 하되 괄호 안에 경일대와 호산대를 표기하고, 하양대구가톨릭대 역의 경우 '하양역'으로 하면서 괄호 안에 대학 이름을 넣는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대구 1호선의 '동대구역', '대구역', 부산 1호선의 '부산역', 대전 1호선의 '대전역'과 같이 코레일과 환승 체계를 갖춘 도시철도의 역은 모두 코레일이 정한 역 이름과 같은 역명을 사용하고 있다"며 '하양역'이라는 역명으로 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대구교통공사는 "광주 도시철도 1호선 '광주송정역'의 경우 개통 당시에는 '송정리역'이었지만, 철도역과 도시철도 역명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2013년 8월 지금의 '광주송정역'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북 경산시 "난감하고 당혹스럽다."
경북 경산시는 역명을 정하기 위해 2023년 시민 공개모집 절차를 거치고, 시정 조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상황이라 대구시의 역명 변경 제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구시의 요청을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장동훈 경산시 도로철도과장은 "최근 대구시로부터 역명 변경을 검토해달라는 공문이 왔고, 구두로는 '경산시에서 역명을 변경하지 않으면 대구시가 직권으로 변경하겠다'라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관계 대학교에 전달했고, 대학 관계자와 주민 의견을 청취해 조만간 경산시의 방침을 정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