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칠곡 할매 글꼴'을 아십니까?
70년 넘게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칠곡의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익히며 쓴 손 글씨를 말하는데요.
투박하지만 정감 가는 글씨체가 특징인데 최근 대통령 연하장에까지 사용되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칠곡 할머니들을 위해 교사 출신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수업을 열고,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보도에 김경철 기자입니다.
◀이원순 칠곡 할매▶
"80이 너머도 어무이가 조타 어무이가 보고 시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방가따···"
◀기자▶
일흔이 넘는 나이에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고, 가슴속에 오래도록 묵혀뒀던 마음을 한 자 한 자 시로 표현합니다.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 할머니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성인 문해교육을 통해 난생처음 한글을 깨우친 이 영화 속 주인공 칠곡 할머니들이 교복을 입고 마지막 한글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수학 교사 출신이자 경북도민행복대학 총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일일 선생님으로 변신해 38년 만에 다시 교단에 섰습니다.
◀김영분 칠곡 할매▶
"차렷 선생님께 경례. (반갑습니다.)"
경상북도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며, 젊은 시절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봅니다.
◀이원순 칠곡 할매▶
"아무것도 생일도, 이름도 못 쓰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 가도 이름 석 자 그거는 씁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고 하자 할머니들의 표정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걱정도 잠시, 투박하지만 자신 있게 한 자 한 자 정답을 적어 나갑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야, 글씨도 멋지게 썼네. 100점."
난생처음 학사모를 쓰고, 경북도민행복대학 이름으로 명예졸업장까지 받은 할머니들은 더없이 기쁜 마음입니다.
◀권안자 칠곡 할매▶
"평생 못 할 걸 이제 늙어서 하니까 좋지요. 간판도 볼 수 있고, TV에 글자 나오는 것도 대강 읽을 수 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저는 학교 선생님을 했고, 또 정식 교사입니다, 제가.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졸업장을 주게 돼서 저도 기쁘고, 할머니들도 보람이 되리라 생각하고…"
칠곡 할머니들의 마지막 수업은 끝났지만, 배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김영분 칠곡 할매▶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7학년 9반입니다. 영어를 좀 배우면 싶어요. 영어도 배우고, 한글도 아직 짧아서 좀 더 배우면 싶고…"
5명의 칠곡 할머니들이 4개월간 각각 2천 장에 이르는 종이에 쓴 글씨는 2년 전 '칠곡할매 글꼴'로도 제작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하장에 칠곡할매 글꼴을 사용했고, 국립한글박물관은 칠곡할매 글꼴 5종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해 영구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