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특혜 조형물' 평가한 전문가 "조형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어···심지어 설치도 엉터리, 위험"
경북 청도군 조각상 특혜 의혹 연속 보도입니다.
취재팀이 전문가와 함께 문제의 조각상 안전 문제를 점검해 봤습니다.
함께 조사한 조각 작가는 "바로 철거해야 할 조각상이 많다"면서, "조형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이 설치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청도군은 조각상 설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자료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화랑 풍류마을 조형물, '추락 위험'
청도군 신화랑 풍류마을에 설치된 최 모 작가의 조각상입니다.
조각과 조형 전문가와 함께 조각상을 점검해 봤는데, 안전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주차장 주변에 세워진 한 조각상은 6도가량 기울었습니다.
박종태 작가(조각, 조형) "(조각상 높이가) 3m로 봤을 때 6도가 기울었다면 중심선에서 거의 한 30cm가 이동된 상태고 그러면 심각한 안전에 대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철거나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 조각상도 있다고 말합니다.
박종태 작가(조각, 조형) "이것들이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거의 넘어지는 위험 수위까지 오고 있다. 그래서 이거 당장 시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조각상이 넘어지지 않도록 조각상을 받치는 받침대와 조각상을 볼트 등으로 연결해야 하지만, 연결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박종태 작가(조각, 조형) "좌대(받침대)와 상부(조각상)를 연결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앵커 볼트나 에폭시 본드(석재 전용 접착제)로 해서 연결을 해 고착해서 영구 고정을 하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연결됐다는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조각상이 바닥 면적보다 커 받침대를 벗어난 경우도 발견됩니다.
박종태 작가(조각, 조형) "이 조각상 닿는 면적이 좌대(받침대)보다도 좁아야 하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좌대에서 조각상이 튀어 나온 형태고요. 이걸로 봐서 기본적으로 조형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없는 상태에서 설치가 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 씨가 기증한 청도 레일바이크의 '천사의 나팔' 조각상 역시 안전 문제가 제기됩니다.
박종태 작가(조각, 조형) "인도 블록을 들어낸 흔적이 없으니까 그 기초 높이가 약 10cm밖에 안 된다. 바닥 기초가 없다고 봐야죠."
청도군은 대구MBC 보도가 나간 뒤 긴급히 세 개의 작품에 대해 안전 펜스를 설치했습니다.
창작이 아닌 '복제' 의심까지
'천사의 나팔' 8점은 모두 같은 모양으로 복제했다는 의심도 받습니다.
박종태 작가(조각, 조형) "(8개 조각상은)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복제 생산이 많이 되고 있는 그런 조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도군 "조형물 설치 과정 자료 없다"
엉터리 시공 의혹에도 청도군의 관리 감독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설치 관련 내용을 정보 공개 청구로 받았는데, 조각품을 설치했다는 결과만 있을 뿐 설치 과정을 증명하는 서류는 없었습니다.
조각상을 설치할 경우 설치 과정을 담은 서류를 시공업체로부터 받아야 하지만, 청도군은 단 한 군데도 받지 않았습니다.
조각상 설치 과정에 특혜 의혹과 작가의 거짓 경력 의혹에 이어 조각상 설치마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예산 낭비를 막은 사례도 있었다
경북 청도군이 특정 종교 작가에 3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5년 전 전남 신안군도 같은 작가에게 19억 원을 주고 조형물을 구입했는데요.
똑같은 일이 벌어진 두 지역의 공통점은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반면, 같은 작가가 또 다른 곳에서 수십억 원대 사업을 추진하다 제지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영월군의회 의원 "영월군의 대규모 공원 사업 추진이 수상하다"
강원도 영월군 강변 저류지 2구역입니다.
영월군은 2014년 6만 8천여 ㎡ 터에 '한민족역사조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공원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논란의 최 작가가 나타났습니다.
최 작가는 기업 두 군데로부터 10억 원을 기부받았다며 영월군이 20억 원을 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강명호, 손경희 당시 영월군의원 2명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영월군이 수십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의 세부 내용을 의회에 알리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강명호 전 영월군의원 "기업에 10억 원을 지원받았다는 증빙서를 요구했는데 그 증빙서는 개인 기업 보호와 개인 정보 차원에서 제공을 못 한다고 했고요. 그러면 (기부 명세) 통장 사본이라도 보여달라고 했을 때 그것도 역시 (영월군이) 제시를 못 했던 부분입니다."
작가 한 명에게 2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은 특혜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강명호 전 영월군의원 "기업이 지원한 10억 원을 제외하고도 20억 원이면 영월군 재원 상태에서 이게 결코 작지 않은 재원인데, 그걸 한 작가에게 그렇게 몰아줘야 하나요?"
결국 의회의 문제 제기로 사업은 무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혈세 낭비를 막은 두 의원은 영월군수와 다른 당이거나 무소속이었습니다.
'1당 1색'의 경북 청도군과 전남 신안군
경북 청도군과 전남 신안군의 경우는 어떨까?
청도군의원 7명 가운데 6명은 김하수 청도군수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1명은 무소속입니다.
5년 전 신안군의회 역시 9명의 군의원 가운데 8명이 신안군수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1명만 무소속이었습니다.
사실상 1당 1색으로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손경희 전 영월군의원 "(의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좀 살펴보고 했으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강명호 전 영월군의원 "아무래도 제왕적 단체장이 할 때 막지 못하는 것이 이런 폐단을 계속 일으키는 그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청도군의회 무소속 의원만 "군민에 사과"···나머지 의원들은 '침묵'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데도 청도군의회에서는 무소속 이승민 의원만 공개로 사과했을 뿐 나머지 의원들은 침묵만 지키고 있습니다.
이승민 청도군의원(무소속, 2024년 2월8일) "청도 군정에 대해 감시와 감독을 명확하게 하지 못해 청도 군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 그 점에 깊이 반성합니다."
자치단체장과 집행부의 독단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