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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공공 배달앱 대구로, 업체가 협약 위반해도 묵인하는 대구시···"세금으로 업체 가치만 올려줘"


대구형 공공 배달앱 대구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구시가 다른 자치단체들과 달리 민간 운영 업체에 매우 유리한 내용으로 협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대구로 운영 업체가 협약을 어기고 신설 법인에 사업권을 넘기는데도 대구시가 묵인하고 승인해 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대구형 배달 플랫폼 구축 운영 업무 협약서'를 보면 운영 업체가 본사를 대구 이외 지역으로 옮기거나 협약과 관련이 있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 등에만 협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공공 배달앱을 운영하고 있는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경기도 등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이들 자치단체는 운영 업체의 활동이 협약 내용과 맞지 않거나 의무 불이행으로 판단될 경우 해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많은 세금을 투입하는 만큼 사업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했고 자신들의 주도권을 협약에 담은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대구시는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이런 조항들을 협약서에 담지 않아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구참여연대 법률지원단 이동민 변호사는 "실제 협약서를 체결할 때는 해지에 관한 조항이 거의 없거든요. 한 1억, 2억짜리 땅 살 때도 그것보다 더 많은 해지 사유를 놔두는데 거의 뭐 천재지변과 같은, 이상이 아니면 해지가 안 되도록 해 놨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시와 대구로 운영 업체인 인성데이타가 2021년 3월 대구시와 맺은 협약서에서 이상한 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대구시가 다른 자치단체들과 다르게 대구로 운영 회사의 사업권을 다른 회사에 넘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운영 업체가 최대 주주가 되어 법인을 신설할 경우 사전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대구참여연대 법률지원단 이동민 변호사는 "신설 법인의 사업권을 넘겨주는 조항은 어떤 특정한 목적이 없으면 애초에 만들지 않는 조항이죠. 그런데 그 조항이 있다고 하는 거는 처음부터 물적이나 인적 분할을 염두에 두고 협약을 체결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듭니다."라며 대구시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운영업체인 인성데이타는 서비스 개시 1년 뒤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분할로 생긴 같은 이름의 신설 법인인 인성데이타에 대구로 운영권을 넘겼습니다.

기존 인성데이타는 자회사인 바이크뱅크에 흡수합병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이 과정에 대구시와 협약을 맺은 기존 인성데이타가 협약을 어긴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협약서에는 서비스사업자인 기존 인성데이타가 신설 법인의 대주주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인성데이타의 대주주인 황 모 씨가 신설 법인의 대주주입니다.



인성데이타 고위 관계자는 "사업 자체를 그대로 인성에서 하는 거고 나머지 배달 대행하고 바이크 렌트 쪽은 이제 법인 분리해서 그쪽에서 사업하는 걸로 그렇게 분할을 한 거고요. 대구시와도 협의를 했고 그다음에 이제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라면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설 법인이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승계한다고 하지만 대구시와 협약을 맺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다툼의 여지가 발생합니다.

이동민 변호사는 "신설된 인성 데이터는 모든 권리를 가져가고 그다음에 남아있는 바이크 뱅크가 모든 의무를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바이크 뱅크가 없어진다거나 책임이 없어지는 능력이 없어지는 그런 경우에는 책임 소재 자체가 없어지는 거죠."라면서 왜 대구시가 왜 자신들에게 불리한 협약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기존 인성데이타는 대구로 운영사가 되기 1년 전인 2020년 네이버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독립된 회사들로 나누는 인적 분할로 지분을 매각하기가 더욱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구시가 기존 인성데이타에 협약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면 인적 분할은 불가능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인성데이타가 신설 법인의 대주주가 되면서 수평적 분할인 인적 분할이 아닌 수직적 분할인 물적 분할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적 분할은 회사를 나눠서 기존 주주가 각각 소유하는 방식으로 자산과 부채를 똑같은 비율로 나눕니다.

주주가 같을 뿐이지 분할된 회사들은 서로 지분을 하지 않게 되는 게 원칙입니다.

기존 주주가 신설 법인의 주주가 되는 방식의 기업 분할로 주식매수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적습니다.

기존 주주들이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게 되면서 불만이 적게 됩니다.

또한 물적 분할을 통한 기업 분할이 지분 매각에 이용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울린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 2022년부터 인적 분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들로 미뤄볼 때 대구시가 인성데이타가 인적 분할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는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의 취재 거부 지시에 따라 해명을 거부했습니다.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민간 협력 사업에 엄청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데도 대구시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굉장히 많은 세금과 행정력을 동원해서 결과적으로는 특정 업체의 기업 가치만 올려주는 그런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몇 년 뒤에 인성 데이터를 네이버에서 인수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라며 대구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육정미 대구시의원도 "새로운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결국 특혜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시민을 위한다고 앞에서 대구라는 이름을 내걸고 공익성을 내걸고 특혜하고 있다. 지금 그럼 그 이유는 뭐냐고요?"라고 대구시를 질타했습니다.

대구시가 자신들에게 불리해지는 대구로 운영 협약 위반 사실까지 눈감아주면서 왜 운영 업체에 도움이 되는 행보를 보이는지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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