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형 공공 배달앱인 대구로에 대한 대구시의 특혜 의혹을 얼마 전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 과정에 특이점 점이 또 발견됐습니다.
대구로를 운영하는 회사인 인성데이타가 2022년 기업 분할을 통해 대대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구로 운영사업은 신설 법인으로 넘어간 것이 드러났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심병철 기자, 먼저 인성데이타의 기업 분할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대구로 운영업체인 '인성데이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으로 2001년 4월 대구에서 설립됐습니다.
국내 1위 배달 대행 플랫폼인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로지올과 오토바이 렌트 사업을 하는 '바이크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요.
2021년 3월에 대구시와 '대구로' 운영 업무 협약을 맺고 같은 해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인성데이타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습니다.
먼저 로지올을 흡수합병한 뒤 다시 하나의 회사를 두 개의 독립된 법인으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해 똑같은 이름의 신설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대구로 운영권은 이때 기존 인성데이타에서 새로 생긴 인성데이타로 넘어갔습니다.
회사 이름은 같지만 다른 회사로 대구로 사업권이 넘어간 것입니다.
기존 인성테이타는 바이크뱅크로 흡수합병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앵커▶
대구로 운영 업체인 인성데이타는 왜 이렇게 복잡한 방식의 기업 분할을 했죠?
◀기자▶
기업 분할은 특정 사업 부문 매각이나 지배구조 개선, 기업 가치 재평가, 업종 전문화 등을 이유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전 3년간 물적분할로 기업 분할한 123개 상장사 중 약 94%인 116개 회사의 목적이 매각으로 추정됐는데요.
대구참여연대 법률자문단 이동민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동민 변호사 대구참여연대 법률자문단▶
"생성된 (신설) 법인이 기존 법인의 이름을 따라가는 경우는 없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이용자들이나 관계인들의 눈을 속여서 매각하고 싶다 이런 의중이 보이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인성데이타 측은 원활한 의사 결정과 투자자들의 요청 때문에 회사를 수평적 관계로 분할한 것이며 매각 의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성데이타 관계자의 말입니다.
◀인성데이타 관계자▶
"저희 투자사들이 요청해서 지분 구조 개편 때문에 부득이하게 회사를 좀 합병 분할 작업을 좀 했어요. 회사의 연속성이 떨어진 게 아니고…저희가 모기업으로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내부적인 결정 사항이 이런 게 문제가 좀 있어서···"
◀앵커▶
인성데이타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 같은데요.
◀기자▶
기존 인성데이타가 대구로 운영 사업자가 되기 전인 2020년 4월에도 매각을 시도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자회사들을 포함해 4천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고 네이버와 협의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배달앱 시장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매각이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인성데이타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성데이타 관계자▶
"네이버는 이제 말 그대로 배민(배달의 민족)처럼 주문 앱을 하는 거고 네 저희가 '생각대로' 쪽은 이제 배송 담당해 주는 거였거든요. 그렇게 처음에 협약은 됐었고 진행을 하고 있다가 잠시 이슈가 있어서 스톱했던 거고…"
매각은 무산됐지만, 네이버는 인성데이타의 지분 10%를 400억 원에 상환전환우선주 등의 방법으로 사들였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역시 배달앱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었던 신한금융그룹이 10.5%를 400억 원에 같은 방식으로 매입했습니다.
지분 매입을 한 기업들은 공교롭게도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2022년 11월 미용실과 음식점, 펜션 등 중소 상공인들을 겨냥한 N배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주춤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지금 운영하는 양상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건 당연히 전체든 부분이든 간에 지분 매각의 의도가 굉장히 강하고…"
소상공인들의 배달 중개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대구형 공공 배달앱 대구로 사업이 자칫 예산만 쓴 채 민간 운영 업체의 지분 매각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론보도]'대구로' 집중해부 관련
본 방송이 2023년 7월, 8월 대구MBC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등에서 ['대구로' 집중해부]라는 제목으로 공공배달앱인 '대구로' 사업자 선정과 운영 과정에 각종 특혜가 있었으며, '대구로' 운영사의 기업 분할 후 매각 가능성과 대구시가 이를 묵인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로 개발 및 운영사인 인성데이타 주식회사는 대구시의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 2021년 8월부터 '대구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으며, 회사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로 대구로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에서 전국 공공앱 부문 대표주자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인성데이타의 합병, 인적 분할 절차는 기존의 건물, 자산, 인력 전부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승계된 것으로 회사의 매각 절차와는 무관하고 이를 대구시가 묵인하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