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었던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2020년 ‘방배동 모자 사망 사건’ 등 잊을 만하면 복지 사각지대의 아픔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면 우리 사회의 빈곤과 사회안전망 개선에 대한 정부 당국의 다짐이 항상 등장합니다.
그런데 빈곤과 가난함은 결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빈곤이라는 것은 지극히 추상적인 것으로, 정치인들의 구호와 학자들의 논문에 주로 등장하는 것이고, 가난함이라는 것은 구체적이며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날 것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당장 한 끼 해결이 급한 사람들이 만드는 무료 급식소 앞의 긴 줄과 차오르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한 반지하 방은 빈곤이라는 개념보다는 가난이라는 구체적 사실입니다.
정치인들이 가난의 현장에 가서 하는 말이나 행동을 국민이 공감 못 하고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행동 속에서는 가난을 경험하는 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빈곤을 문제로 삼고 있는 것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가난함을 살지 않고 머릿속에서 빈곤을 경험하는 정치인들이 또 대책이라는 것을 만들 것입니다.
가난이 더욱더 슬픈 이유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삶 속에서 그 삶과 더불어 만들어지는 정책을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