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2년 잔뜩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피해가 컸습니다.
건수도 많았고,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2023년은 어떨까?
건조한 날씨와 가뭄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강추위가 물러가면서 야외 활동도 점차 늘고 있어 산불 발생 가능성은 더 높아졌는데요.
취재진이 산불이 났던 현장을 다시 찾아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긴급 점검했습니다.
김은혜, 손은민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도로변 야산에서 시작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산 전체는 물론 민가까지 덮쳤습니다.
2022년 3월 발생한 울진 산불은 진화에만 꼬박 213시간, 9일 가까이 걸렸습니다.
3월 경남 합천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인근 고령으로 확산하며 축구장 950개 면적인 임야 675ha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4월 산 중턱에서 시작된 불길이 거세게 번진 군위 산불도 축구장 500개 가까운 면적의 산을 태웠습니다.
유난히 건조했던 날씨가 2022년 봄 잇따른 대형산불의 '화근'이었습니다.
특정 기간 누적 강수량이 과거 동일한 기간의 평균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기상 가뭄'이라고 하는데요.
2022년 대구·경북지역 기상 가뭄 발생 일수는 216일로 1974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연 강수량이 856.8mm로 평년의 73% 수준에 머무른 데다, 맑은 날이 많았고 여름철 강수도 중부지방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곳곳이 바싹 말랐던 만큼 2022년 한해 대구 27건, 경북 110건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0년 평균보다 대구는 2배, 경북은 1.3배 늘었습니다.
건수도 건수지만 피해 규모가 큰 게 더 문젭니다.
경북지역의 경우 피해 면적이 8배나 급증했습니다.
올겨울 눈비 소식이 잦았지만 건조함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앞으로 2개월 동안은 대구와 안동, 의성에 관심에서 주의 단계의 기상 가뭄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현재진행형'인 건조한 날씨는 2022년 산불 피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요.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산불 대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손은민 기자가 현장을 직접 가봤습니다.
◀기자▶
"1년 전 대형 산불이 났던 곳입니다. 울창했던 숲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시커멓게 타죽은 나무만 잘려 나간 채 버려져 있습니다."
죽은 나뭇더미가 산을 뒤덮었습니다.
비가 조금만 와도 산길과 도랑을 따라 검은 물이 마을 논밭으로 흐릅니다.
◀최명자 고령 산불 인근 주민▶
"불나고 난 뒤에 비가 오니까 도랑에 물이 검게 내려오고… 또 앞으로 나무가 없으니까 비가 많이 올까 봐 걱정돼요."
지자체는 2023년 봄에 나무를 심고 숲을 복원할 계획으로 산불 피해지에서 벌채를 시작했습니다.
지켜보는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민둥산에서 혹여나 산사태가 날까, 산불이 또 나진 않을까, 하루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습니다.
◀조복남 고령 산불 인근 주민▶
"불나고 나서는… 쓰레기 나오면 논에 두고 태웠는데 지금은 아예 안 태워요. 겁이 나서 혹시나 싶어서…"
2022년 큰 산불을 겪었던 군위군의 한 마을입니다.
아침부터 산불감시원이 차를 몰고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주민들에게 산불방지 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발 작은 불씨도 조심해달라' 신신당부합니다.
◀산불감시원▶
"절대 낮에 바람 불 때는 불 놓으면 안 돼요."
(아유! 불 안 놔요.)
외지인이나 낯선 차량은 특히 눈에 불을 켜고 경계합니다.
산불 대부분이 누군가 산에 몰래 불을 지른 실화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박경봉 산불감시원 반장▶
"특히 주말에는 (산나물 캐러 온 외지인이) 산을 거의 덮다시피 할 정도로 많이 오는데… 특히 화기 소지 절대 못 하게 하고 그다음에 들어온 차량 번호라든지 인적 사항 같은 걸 다 적어 놓고 있습니다."
예전엔 봄과 가을에만 감시 활동을 했지만, 이젠 계절에 상관없이 일년내내 이어집니다.
산골 마을마다 산불 예방에 필사적입니다.
경상북도와 산림청도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울진에 초대형 헬기를 도입하고, 봉화엔 119 산불특수대응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산불이 잦은 동해안 지역에는 인공지능(AI)이 산림 주변 CCTV로 24시간 연기나 불꽃을 탐지하는 산불 감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비와 노력이 무색해지지 않기 위해선 모든 사람이 작은 불씨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일일 겁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 한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