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법 구금과 고문 등 인권침해를 당한 대구·경북지역 5.18 유공자 7명에게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2021년 5월, 헌법재판소가 5.18 보상법에 따른 보상은 정신적 손해를 포함하지 않는다며 소송 제한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김은혜 기자, 대구·경북 지역 유공자들 가운데서는 첫 승소 사례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980년 6월 중순, 경북대 재학생 김종길 씨는 경북대와 영남대에 재학 중이던 동료 대학생 6명과 광주항쟁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 5천 장을 만들었습니다.
광주항쟁 사태가 끝나고 5월 말쯤, 관련 사실을 접했는데 논의 끝에 유인물을 만들어 대구 시내에 배포했습니다.
이후 9월 초 이들은 당시 원대동에 있는 안기부 대공분실에 강제 연행됐다고 합니다.
30일 동안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한 뒤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후 30년이 지난 2001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또, 5.18 보상법에 따라 신체적 피해는 보상을 받았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는 여전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등 7명은 국가를 상대로 불법 행위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021년 5월 헌법재판소가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 결정했고, 8월에는 대법원도 5.18 보상법에 따라 피해보상을 받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도 국가를 상대로 불법 구금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1심 결과는 원고 일부 승소라고요?
◀기자▶
대구·경북에 있는 5.18 유공자 가운데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승소는 첫 사례입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계엄 포고는 위헌, 무효임이 명백하고, 이를 적용, 집행해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원고 등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5.18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지만 그 보상금에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없고, 정신적 손해를 고려했다고 볼 수도 없어 배상 책임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번 재판 결과에 한켠으로는 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요?
◀기자▶
일부 승소라는 결과를 받았지만 당사자들은 한켠으로 재판 결과가 더 씁쓸하기도 합니다.
경북대 학생이던 고 권용호 씨 유족을 만났는데요.
국가의 불법 행위로 제적을 당했고 어렵사리 교직에 선 이후 내내 정신과 치료를 이어갔고 암으로 40대에 숨졌는데도 법원은 정신적 손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석방된 이후 지속적인 감시와 탄압도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구금 일수만 보고 기계적인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5.18 당사자와 가족 100여 명이 소송을 제기해 대구지법에서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법무부가 항소해 최종 결과는 다시 기다려야 하지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