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잇따르면서 대마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정작 국내에서 힘겹게 의료용 대마를 처방받아 난치병을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은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의료용 대마 성분으로 치료받고 있는 뇌전증 환자를 김경철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라는 난치성 뇌전증을 진단받은 김선우 군.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에도 수백 번의 경련 증상을 보였습니다.
10가지가 넘는 약을 먹어 봐도 호전이 없었던 선우가 2년 전 한 가지 약을 복용하고부턴 경련 증상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바로 대마에서 추출되는 약용성분 CBD입니다.
◀김태영 선우 어머니▶
"그 약을 복용하고 이틀인가 3일 만에 그렇게 많이 하던 경련을 안 해서 정말 거짓말 같았거든요. 뇌파에서도 많이 안정적이 됐더라고요."
감각 기능 저하로 울지도 웃지도 못했던 선우는 이제 스스로 기분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김태영 선우 어머니▶
"정말 바늘로 수십 번을 찔러도 잘 안 울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자기 눈에 안약만 들어가도 울어요."
하지만 선우의 사례와 달리, 많은 국내 뇌전증 환자들은 이 CBD 약을 처방받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다른 독한 항경련제를 5가지 이상 사용한 뒤 효과가 없어야 CBD 약을 처방받을 수 있고, 이마저도 한국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해야 해, 약을 받기까지 최대 15주가 걸리기도 합니다.
국내에선 대마의 약용성분조차 마약류로 지정돼 있어, 사용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김태영 선우 어머니▶
"약물 난치 판정이 되면 한 번쯤은 조금 먹어보고 아이한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라도 알 수 있게끔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때문에 대마 전체를 마약류로 규정하지 말고, 의료용으로 쓸 수 있는 약용성분은 합법화하자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3년 전 UN 마약위원회가 WHO 세계보건기구 권고에 따라 대마를 '위험한 마약류'에서 제외한 만큼, 국내법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강성석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
"의료 목적 한해서만은 허용한다는 게 전 세계 모든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정부 입법으로 개정된 (UN) 협약을 잘 반영해서···"
의료계 전문가들은 대마를 무조건 금기시하기보단, 정부가 의료용 대마에 대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최낙원 신경외과 전문의▶
"56개국에서는 이미 허용되고 있거든요, 약용 의료용 대마가. 객관적 지표를 얻어내고 임상시험을 끊임없이 해서 안전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근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사회적 논란이 된 것처럼 의료용 대마에 대한 오남용 우려도 여전합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