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을 휘감을 만큼 깊고 크게 자라는 나무라 말했던 그 바오밥나무가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풍경과 5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바오밥나무와 함께 조화로운 삶을 이어온 원주민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만나보니, '파란기억 시간을 가르다'라는 사진전을 열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사진작가 정혜원 씨를 만나 작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말 바오밥나무가 있더라고요' 어마어마하고 정말 웅장한···"
"사진은 '장비빨'이다?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저에게 사진은 '산소통'이라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정혜원입니다. 반갑습니다.
Q. 어떤 사진전인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파란 기억이라는 것은, 마다가스카르에서 파란색은 희망을 나타내는 색이거든요? 그들이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그런 진실한 모습들이 우리 일상에서 지치고 힘든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약간의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전시를 희망으로 주제를 잡아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Q. 마다가스카르와의 인연은?
어릴 적에 ‘어린 왕자’를 읽고부터 바오밥나무에 대한 환상은 있었어요.
가서 보니까 정말 바오밥나무가 있더라고요. 어마어마하고 웅장한 그런 나무는 처음 보는 거죠. 너무 놀라서 처음에 촬영할 생각을 못 했어요.
단순히 그냥 바오밥나무의 그 웅장함과 그 거대함에 매료되어서 마다가스카르를 가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다음 해부터 찾아가게 된 계기는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 소박하고 아름답게 저에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이곳 마다가스카르의 진주구나!'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작가로서 기록하고 싶다'고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푸른색을 가진 저 바오밥나무는 모론다바에 있는 바오밥 에비뉴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그 속에 저 사람이 서 있잖아요. 저 사람이 서 있는데 조그마한 책을 보고 있었어요.
해가 지고 나서 약간의 빛이 공존하는 그 시간대에 저렇게 책을 보고 있는 저 사람의 모습에서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저 사진이 많이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Q. 작가만의 장점은?
저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그 관계에 소통의 중요성과 친근함,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그 장점이 있어서 그 사람들과 빠른 소통으로 인해서 친근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할 수 있다는 거, 그것이 강점인 것 같아요.
언어가 달라서 소통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사람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언어로 소통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 사람과 저와의 관계에서 몸으로 할 수 있는 언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통 속에서 그 감정선이 저에게 다가올 때, 그럴 때 촬영에 임하면 좋은 사진이 되더라고요.
Q. 직장인과 겸업, 힘들지는 않나요?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사진을 너무 좋아하니까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지를 방문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 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제가 극복하고 촬영할 수 있는 그런 에너지는 정말 사진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작업한 사진들이 작품으로 나오고 또 사진 책으로 나오고 하는 그런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지요. 저의 작품들은 저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니까 내가 지구에서 사라져서 없어져도 나의 작업과 나의 사진 책은 남지 않을까? 하는 그런 뿌듯함으로 만족감이 드는 것 같아요.
Q. 사진은 '장비빨'이다?
사진은 '장비빨'이다?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장비빨'은 아닌 것 같고요.
잘 찍으시는 작가님들의 사진을 보아도, 그리고 과거에 로버트 카파나 이런 분들의 그때 장비가 지금보다 더 좋았을까요?
촬영한 작품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어떤 감정이 실려 있는가?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장비로 그거를 나타낼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 않은 카메라로도 얼마든지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그런 느낌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봅니다.
Q. 앞으로 작품 계획은?
제주 해녀가 인류 문화유산이 된 뒤로부터 그때보다 지금 많이 인구수가 많이 줄었거든요?
새로운 해녀들이 생기지 않는 것에도 문제가 있지만 또 해녀들의 노령화로 인하여서 점점 줄어가고 있고 제가 찍는 곳에 어촌계 해녀분들도 작년에 열다섯 분이 은퇴하셨어요.
노령화로 힘드시니까 못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그들의 삶을 녹여내는 그런 진솔한 사진을 또 내년에 선보이려고 합니다.
Q. 작가에게 사진이란?
산소통··· 저에게 사진은 산소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삶에 지치고 힘들고 어려울 때 윤활유가 되어주는 저의 산소통이죠.
저를 숨 쉬게 하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