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들어보니사회 일반지역

[들어보니] 낙동강 페놀 사태 ④ 녹조에 석포제련소에···'지금의 낙동강'은 안전한가?


페놀 사태 이후 많은 긍정적인 변화···'지금의 낙동강'은 안전한가?
이렇게 위기를 겪고 위기를 교훈으로 삼아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낙동강'은 안전할까요?

신재호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낙동강과 낙동강이 흘러 나가는 남해의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 상태라서 연구 중에 있습니다만, 일단 시민분들이 가장 흔히 아시는 문제로는 여름철의 녹조 대발생, 그러니까 강물의 부영양화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낙동강에 산업이나 농업 폐수들이 흘러들어서 이런 부영양화가 발생하면 강에 녹아 있는 산소를 고갈시켜서 수많은 생물이 고통받고 사라지게 됩니다. 당연히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서 파괴가 되는데요, 좀 더 직접적으로 녹조 중에서도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라는 놈들이 증식하면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를 분비합니다. 이 독소는 주로 간에 독성이 있고, 최근에는 생식계나 신경계 독성도 발견됐습니다. 이 독소는 그런데 사람뿐만 아니고 동물이나 물고기, 대부분의 식물, 심지어 같은 미생물들에게까지 독성을 가집니다. 역시 생물 환경을 초토화하는 위험한 놈이죠. 경북대학교에는 차세대 시퀀싱 핵심 연구지원센터라는 국가 지원 기관이 있습니다. 그 임무 중 하나가 환경 중에 있는 미생물을 검출해 주는 것인데요, 당시에 대구MBC가 수거해 온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어떤 미생물이 있는지를 정밀하게 검사했더니, 녹조를 발생시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시스틴 독소를 분비하는 시아노박테리아도 존재했습니다. 당연히 그 내용 자체는 객관적인 사실이었고요. 왜 수돗물 필터에 녹조를 비롯한 수많은 미생물이 있었는지는 정밀하게 역학조사를 해야겠습니다만, 마시는 물을 거르는 필터에 녹조가 끼게 되면 녹조 독성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병원성 미생물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상태입니다. 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낙동강 최상류의 '석포제련소'···10년 동안 환경법령 위반 120건 적발
낙동강 최상류의 '석포제련소' 문제도 있습니다. 아연괴 및 유가금속을 제조하는 아연 제련 시설인데요, 지난 10년 동안 총 120건의 환경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됐고, 90차례 넘는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대기질 측정 조작, 제3공장 불법 건축, 2018년 2월 24일에는 폐수 처리 설비에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 시설을 계속 작동해 유해 물질 70여 톤을 낙동강에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석포제련소 문제는 환경단체나 정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해결 노력을 하고도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매기고 관련자를 구속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사이에 주변 강은 엄청나게 오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련소 하류에는 다슬기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는 뉴스도 있고, 하류의 안동댐에 잔류하는 중금속 오염의 원인이 대부분 석포제련소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2022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환경부의 통합 허가를 받아 운영 중입니다. '10대 분야 100가지 시설 개선'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환경부가 허가를 내준 건데요, 통합 허가 이후에도 환경부가 적발한 위반 사항이 9건, 지자체인 봉화군이 적발한 위반 사항이 1건이 발생했습니다. 허가 이후에도 불법을 자행한 거라고 볼 수 있죠"

김수박 시사만화가 "지금 제가 사는 상주의 환경단체에서도 석포제련소 폐쇄를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상류 출발점에 있기 때문에 낙동강을 함께 공유한 모두가 알고 문제 제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강 중 하나가 낙동강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현관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더불어 잘 흐르던 강을 이유 없이 막고 있는 '4대강 보'도 좀 뜯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처벌 규정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선진국 수질 관리 시스템···오염 처리보다 오염 방지에 관심
독일 라인강 재 프로젝트, 영국 템스강 복원 프로젝트, 캐나다 체서피크강 복원 프로젝트, 미국 시카고 리버워크 프로젝트 등 하천이나 수원지의 수질 관리를 하는 곳은 세계에서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밀한 법률이 존재하고 처벌 규정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신재호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그런데 우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이 몇 개 있습니다. 첫째로, 생겨난 오염을 처리하는 데 관심을 가지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고 모두 애초에 오염을 방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선진국들도 우리처럼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는 환경문제와 관련한 이익 관계에서 대립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와 다른 점은 각 주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회피, 경쟁, 타협, 협력, 순응 등으로 구체화하여 있으며, 이를 다루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협의체에 대한 지원이 아주 크고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환경문제에 관한 언론들의 관심과 논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특히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환경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런 뉴스에 관심을 많이 가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오찬호 사회학자 "지난 2월 27일 EU에서 '환경 범죄 지침 개정안'이 통과했습니다. EU 회원국들은 2년 안에 법제화를 시행할 예정인데요, 수자원 고갈, 화학 관련 법률 위반, 불법 벌목 등 환경 범죄 전반에 대해 처벌 수위 대폭 강화가 목표입니다. 환경 범죄를 저지른 기업은 매출의 3~5%, 또는 2,400만~4,000만 유로(346~577억 원)의 벌금 부과와 CEO/이사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요, 허가받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기는 환경 범죄도 처벌하게 됩니다"


환경 보호는 도덕적 선택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위한 선택
환경에 신경을 쓰고 지키는 것은 개인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우리 지역에 환경 문제가 없고 깨끗하면 부동산 가치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눈앞의 100만 원을 벌자고 환경 문제를 무시했다가 나중에는 1,000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절제되고 지속 가능한 생활을 하면 가정의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본다면 환경 보호는 단순히 도덕적인 선택뿐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시민의 품격', 대구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


윤영균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