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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기초의회 해외연수 술판에 기행문 보고서···왜 반복되나?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 논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대구의 일부 기초의원들이 해외 연수에서 술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의장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다른 의회 의원 일부는 연수 뒤 제출하는 보고서를 기행문에 가까운 내용들로 연수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대구 달서구의회 해외 연수 술판에 쇼핑? 의장은 '전보다 많이 개선됐다'
대구 달서구의원 등이 참여한 국외 공무 출장에서 술판과 쇼핑 등 부실 연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난 5월, 구의원 12명과 의회 직원 3명 등 15명은 6박 8일 일정으로 5천250만 원을 들여 호주와 뉴질랜드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부터 술을 마시는 등 연수 내내 음주가 이어졌다, 쇼핑센터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논란은 계속됐지만, 달서구의회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6월 10일 대구 달서구의회.

제304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해외연수 단장직을 맡았던 정순옥 의원의 신상 발언 신청이 접수됐는데, 한 의원이 손을 들고 정회를 요구한 겁니다. 

정회를 한 뒤 대회의실에서 구의원들의 비공개회의가 이어졌습니다.

5분이 지나 본회의장으로 돌아온 정 의원은 "올바른 해외 연수를 계획했으나,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단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뒤이어 의장의 사과가 이어졌습니다.

◀김해철 대구 달서구의회 의장▶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의장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동료 의원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의장으로서 동료 의원 한 분 한 분이 주민과의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의정 활동을 하고 계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을 위한 의회로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하며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의회를 바라보는 걱정 어린 시선에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을 위한 의회로 다 잡아 일어나겠습니다. 저희 의회 24명의 의원이 다 함께 자세를 올바르게 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면서 국민을 위한 의정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두루뭉술한 사과에 의문이 남았습니다.

이번 달서구의회 해외연수에서는 술, 쇼핑, 외유성 관광 등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기자와 김해철 의장의 일문일답.

Q. 어떤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시고 어떤 부분을 사과하시는지?

A.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필요한 조치를 이상 규명이 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해외연수를 간 의원 12명 대부분이 술을 마셨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사가 됐는지?

A.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쇼핑도 해외연수 일정 중에 있었는지, 일정 밖에 있었는지 그 부분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이전보다 개선된 점이 전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제가 봤을 때 개선이 많이 되었습니다. 국외공무 심사위원회를 통해서 계획대로 추진되었습니다.

대구 북구의회, 의원님의 기행문 보고서
지난 4월, 대구 북구의회 소속 의원 7명과 사무직원 4명 등 11명은 7일간 호주로 공무 국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이들의 연수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지방의원들의 국외 공무 연수를 접하는 시선은 늘 차갑고, 무겁다"던 임수환 의원.

"한국은 공기청정기가 열 일을 해도 콧속이 답답하다."

"언젠가부터 당연시되어있던 환경이 호주의 파란 하늘과 깨끗한 공기에 몸서리치게 그리워진다." 

해외 연수를 통해 구정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주의 농산물 도매시장을 둘러본 또 다른 의원은 "우리 한국 농사 실력, 대단하다"며 감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어떻게 구정에 반영할지는 보고서에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썼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순란 대구 북구의회 의원▶
"보고서는 그냥 제가 느낀 그대로, 제가 생각한 대로, 느낀 그대로 쓴 것뿐입니다. 글 쓰는 솜씨가 부족하다 보니까···"

이들이 공식 일정 첫날 방문한 블랙타운시의회 타운에는 정작 시장과 시의원 일부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습니다.

대구 수성구에서 자매결연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전 만남을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은 채 현지로 떠난 겁니다.

연수 보고서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해외 연수 비용은 3,112만 원.

1인당 282만 원을 들여 쓴 보고서입니다.

심의위원회 전 비행기 예매···통제 장치 제대로 작동하나?
해외 연수 전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구 군위군의회 심사위원회는 2024년 2번 공무국외출장 심사를 했습니다.

의정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이전에 같은 장소를 다녀온 적 있는지,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의정에 잘 접목해달라는 당부의 말이 대부분입니다.

대구 북구 등 일부 구의회는 비행기표를 예매한 뒤 심의를 했습니다.

2월 13일, 비행기 예약을 했고 심의위원회는 한 달 뒤인 3월 15일 열렸습니다.

◀대구 북구의회 관계자▶
"심의위원회 있기 전에 간담회를 4차 진행했습니다. 1월 10일 1차 간담회 때 연수 주제와 국가를 선정했습니다. 심의위원회 이후에 티켓을 알아보게 되면 해당 일자에 표가 없거나 비행기 티켓 비용이 오를 수 있어서 불가피하게 심의위원회 전에 예매했습니다."
'지방의원, 해외 연수 특권으로 생각'
시민단체는 해마다 해외 연수가 외유성 연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여전히 지방의원들은 해외 연수를 특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요. 문제가 생겼을 때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공천을 해 준 정당도, 뽑아준 유권자들도요.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직접적으로 정책에 관련이, 반영이 되거나 그런 부분은 거의 없다고 생각이 들고요."

2024년 상반기, 대구 구군 의회 9곳 가운데 달서구의회, 북구의회, 군위군의회, 달성군의회, 동구의회 5곳이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여기에는 세금 2억 9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변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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