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환경부가 버려지는 냉장고나 침대 매트리스에서 화학 물질인 '폴리올'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원료를 공급받아 만든 건축 단열재가 불량으로 나와 제품 생산 업체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 기술 성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사기죄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연구 부정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배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환경부는 지난 2016년 '환경R&D사업단 과제 공모'에서 단독 접수한 J기업을 선정했습니다.
이 기술로 연간 3만톤 발생하는 냉장고 단열재나 자동차 시트 등 폐기물에서 재생 폴리올 원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가 생산한 원료로 만든 경질 폴리우레탄 단열재는 두께가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합니다.
◀에코인슈텍 관계자▶
"파도 치듯이 막 움직이고, 안에 푹푹 꺼지고 찢어지고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아파트 내벽이 들뜨거나 외장재가 추락하는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 압축강도 측정 장비에 문제가 된 제품을 한번 측정해 보겠습니다."
완제품의 압축강도는 10N/cm²이상은 돼야 하는데, 이 제품은 8에서 9 N/cm²으로 측정됩니다.
불량 원료를 납품 받아 단열재를 생산해 판매했던 경주의 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게 됐습니다.
부산 영도와 경기도 일산 등 전국의 상당수 아파트 건설 현장에 시공된 단열재에서 하자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에코인슈텍 관계자▶
"대외 신용도나 여러 업체들에게 받은 물질적 피해 외에 정신적 피해가 더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불량 원료를 공급한 J기업은 피해 업체인 에코인슈텍의 동의도 없이, 현장 적용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환경부에 평가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하자 투성이인 제품인데도 에코인슈텍은 왜 이같은 보고서가 제출됐는지 당시엔 모르고 있었습니다.
◀에코인슈텍 관계자▶
"(보고서와 달리)실제로는 저희가 현업에 있어가지고 아파트 현장이나 여러 현장에서 하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평가서 조작을 통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환경부로 받은 연구비는 모두 37억 4천 6백만원.
피해 업체의 고소로 수사한 경찰이 이 사건을 사기죄로 검찰에 송치하자, 환경부는 뒤늦게 연구비 회수 등 J기업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J기업은 불량 원료 공급과 평가서 조작 여부에 대해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배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