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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건축가 승효상② "'나쁜 건축물' 청와대에서 옮긴 거는 좋은데···"

1952년에 태어난 승효상 건축가는 경남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동기동창으로 당시 경남고에서는 '문과는 문재인, 이과는 승효상'이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합니다. 승효상 건축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과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이후 살고 있는 사저를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며 청와대 집무실과 비서실을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당시에도 승효상 건축가는 "현 청와대는 높은 곳에서 경복궁을 깔아보는 형태여서 봉건 도시 '짝퉁 성'을 연상케 한다" "콘크리트로 목조건물 흉내를 낸 기형적 구조여서 사는 사람도 권위적이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언론에 인터뷰하기도 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청와대는 뭐 그렇게 좋은 건축이라고 이야기 안 했으니까 나쁜 건축들로 살게 되면 사람이 나빠지기 마련이니까 옮긴 거는 좋은데 옮기는 방법은 너무나도 이게 무분별하다시피 한···"

[유하경 리포터]
빈자의 미학을 제가 봤어요. 공간의 모든 것을 천천히 확장, 머무는 사람들의 삶과 일상을 조직하는 것···

[승효상 건축가]
그럼요. 그게 제일 중요한데 잘못 조직하면 그 사람 삶이 망가질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천하 없는 죄인이 되잖아요?

[유하경 리포터]
또 그렇게까지···

[승효상 건축가]
틀림없어요. 건축이 사람을 바꾼다고 그랬으니까, 건축이 사람은 선하기도 만들고 나쁘게도 만들거든요? 이게 서서히, 서서히 그렇게 만들어요.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서서히 만드니까 더 나쁘죠. 사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나빠진다고···

[유하경 리포터]
나도 모르게 스며들면서 나빠지는···

[승효상 건축가]
좋은 건축에서 살려고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런데 제가 긋는 선이 그 사람의 삶을 나쁘게 만들면 저는 천하에 없는 죄인이 되니까 그게 늘 저를 아주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이유고, 그래서 항상 강박 관념에 시달리는 게 건축가의 기본적인 사는 그런 어떤 풍경입니다.

[유하경 리포터]
그래서 요즘에는 과거에 지었던 건축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이제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다시 바뀌어야 한다는 추세가 꽤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또 찾아보다 보니까 선생님께서 2016년 정도에 청와대 관련해서도 한 말씀을 덧붙여 주셨었더라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지금의 생각은 어떠신지?

[승효상 건축가]
청와대는 뭐 그렇게 좋은 건축이라고 이야기 안 했으니까, 건축이 사람을 바꾼다고 그랬으니까, 나쁜 건축주로 살게 되면 사람이 나빠지기 마련이니까, 그 건축을 바꾸든지 거기 살지 말든지 해야 한다고 오래전에 주장을 했죠.

[유하경 리포터]
그러면 지금 옮긴 게 잘 옮기고 있는 거다, 자연과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승효상 건축가]
옮긴 거는 좋은데 옮기는 방법은 너무나도 이게 무분별하다시피 했다고 밖에 할 수가 없고요. 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국방부 청사도 전에 한번 인터뷰할 때 이야기했지만 그 건축 자체가 좋은 건축이라고 볼 수가 없어요.

소비에트 리얼리즘의 아류 같은 건축이기 때문에 소비에트 리얼리즘이라고 그러면 스탈린 시대의 건축이니까 그 건축이 주장하는 바는 한 가지 이념으로서 그냥 몰 대중화해서 똘똘 뭉치자고 하는 그런 이념이라서 그런 이념을 가진 사회가 붕괴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류의 건축으로 간다고 하는 게 난 뭐 어이가 없다고 생각을 했죠. 그러니까 아마 좀 바꿔야 할 거예요.

[유하경 리포터]
저는 오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더 잘 이해가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사를 간다고 해서 왜 그동안은 이사 가지 않았는데 왜?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이런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봤을 때는 이사를 가야 하는 이유도 있었던 거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효상 건축가]
좀 더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히 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성급하게 간 것 같아요.

[유하경 리포터]
진짜 건물 중에서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국회의사당 같은 경우도 저도 가끔 여의도 지나가다 보면 뭐 하나가 둥 올라와 있다, 이런 돔이. 근데 그 돔이 지켜내기 위해서, 이 건물을 지켜내기 위해서 올라가 있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장식을 위한 돔이라고···

[승효상 건축가]
그 가짜 건축이니까···

[유하경 리포터]
가짜 건축, 맞아요. 제가 그걸 보고 가짜 건축가 진짜 건축은 또 뭐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승효상 건축가]
원래 국회의사당은 그 돔이 없었어요, 설계했을 때는.

[유하경 리포터]
돔이 원래는 없었던 거예요?

[승효상 건축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그걸 재가를 갖다 맡으러 갔더니 청와대에서 돔을 얹으라고 선사하듯이 이야기를 했죠.

돔이 있는 건축은 보면 전통적인 건축은 돔의 하부에 제일 중요한 공간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 국회의사당의 돔은 하부에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장식일 따름이에요.

[유하경 리포터]
정말 말 그대로···

[승효상 건축가]
마치 디즈니랜드의 요술 공주의 집처럼 이렇게 되어 있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건축이죠. 그러니까···

[유하경 리포터]
마징가 제트가 나온다. 막 이런 얘기가 있었잖아요?

[승효상 건축가]
마징가 제트도 안 나와요 그러니까 아무, 그러니까 형태만을 위한 건축이니까 그게 거짓 건축이고 가짜 건축이죠. 그런 부류의 가짜 건축에서 사는 삶이 건축이 사람의 삶을 바꾼다고 그랬으니까 가짜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치가 진실일 수 있을까에 대한 항상 의문이 있는 거예요.

[유하경 리포터]
오늘 건축가님께 제가 이야기 들으면서 약간 제 욕심이나 이런 잘못된 생각들이 뭔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오늘 좋은 이야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분이 더욱더 이 '승승 로드'에 찾아와서 승승장구하는 하양과 건축가님, 그리고 모든 건축이 되도록 하면서 이 자리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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