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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공기 중에 녹조 독소 검출된 낙동강···이 주변에 관광객 유치한다는 대구시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현상으로 유해 남세균이 만드는 녹조 독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사실이 연구 결과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낙동강 주변 주민 등을 상대로 한 콧속 검사에서 녹조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검출되면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곳에 대구시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세금을 들여 '디아크 관광 문화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입니다.

세계적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 살펴봤더니···"낙동강 5개 주요 지점에서 녹조 독소가 공기 중 검출"
2023년 7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생물학 학술지인 '프런티어'에 낙동강 녹조 독소의 에어로졸과 관련해 매우 의미 있는 연구 논문이 등재됐습니다.

경북대 신재호 교수와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이 논문에는 낙동강 5개 주요 지점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공기 중에서 검출되었다고 실렸습니다.


연구팀이 2022년 8월 30일과 9월 2일 이틀 동안 대구 화원유원지와 레포츠 벨리, 합천 학리 저수지, 부산 대동 부두와 삼락둔치 등 5곳에서 에어로졸 조사를 한 결과 m3당 0.1~3.68나노그램 농도로 검출된 것입니다.

특히 대구 화원유원지는 m3 당 3.68 나노그램으로 5개 주요 지점 중 가장 높았습니다.

신재호 경북대학교 교수(미생물 전공)는 "녹조가 심각한 곳이 주변의 공기 중에서도 독소가 더 많이 나왔고 남세균이 더 많이 나왔고 서로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확실히"라고 말했습니다.


낙동강 주변 주민 등 22명 검사했더니···11명의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만드는 유전자 처음으로 검출
유해 남세균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에어로졸 형태로 낙동강 주변을 떠다니는 것이 확인되면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환경운동연합 등이 계명대 동산의료원 김동은 교수팀에게 맡긴 '낙동강 주민 콧속 조사'에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8월과 9월 낙동강 주변 주민 등 22명을 상대로 한 검사에서 절반인 11명의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드는 유전자가 처음으로 검출된 것입니다.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교수는 "낙동강 권역 거주자 17분 중의 10명에서 유전자가 검출됐고요. 직업별로 보면 어민 아홉 분 중의 다섯 분에게서 남세균이 확인되었고요. 농민 네 분 중에는 두 분이 남세균 유전자가 나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시, 낙동강과 합류하는 금호강에 '문화 관광 활성화 사업' 추진
그런데 이런 낙동강과 합류하는 금호강에 대구시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 다리 건설 등을 골자로 하는 '디아크 문화 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6천 배나 강한 마이크로시스틴이 에어로졸 형태로 떠다니는 곳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녹조 독소 전공)는 "지금까지 연구에서 보면 조금 더 낮은 독성에 우리 기관지가 더 많은 대미지(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러니까 더 염증 반응이라든지 아니면 호흡기 질환이 더 많이 생긴다고 현재까지 연구 결과는 보고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부, 공동 조사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연구 용역 진행하더니···"아무런 문제 없다"
환경단체들과의 에어로졸 공동 조사를 거부한 환경부는 독자적으로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환경부의 의뢰를 받고 2년 간의 녹조 에어로졸 조사 연구를 수행한 충북대학교 조영철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주최한 2024년 물의 날 국제심포지엄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 교수는 "낙동강과 금강의 녹조 에어로졸을 포집해 분석한 결과 독소가 검출 한계 미만(불검출)으로 측정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 교수는 "유해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 크기가 1.7~7마이크로미터 정도여서 최대 4마이크로미터 크기인 에어로졸로 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남세균의 세포 크기가 에어로졸화 하기엔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현장에서 존재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들은 스컴 형태로 뭉쳐있는 상태기 때문에 에어로졸화(공기 중에 떠오르기)가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남세균이 에어로졸화 하기 어려워서 독소가 공기에서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녹조·에어로졸 세계 권위자들은 다른 견해···"남세균 세포가 죽으면서 독소를 물속에 방출하면 파도 등의 요인으로 공기 중에 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그동안 여러 국제적 연구에서 확인된 녹조 에어로졸 독소의 존재를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어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녹조와 에어로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들은 조영철 교수의 주장과 다른 견해를 보였습니다.

2024년 '물의 날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한 한스 펄(Hans Paerl)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남세균 세포 자체가 에어로졸화되기보다 세포가 죽으면서 세포 내 독소를 방출하는 것이 주요 경로"라고 말했습니다.

펄 교수는 "녹조가 번성하는 기간 동안 남세균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 태어나며 세포가 죽으면서 독소를 물속에 방출하면 파도 등의 요인으로 공기 중에 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도 환경부의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도명 명예교수는 "실제 녹조가 공기 중에 에어로졸화 되어서 이렇게 떠다니는 상황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그런 조사라고 생각이 듭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백 명예교수에 따르면 에어로졸에 포함된 입자의 크기는 보통 암석을 깰 때 나오는 조대분진처럼 10마이크로미터 이상인 것에서부터 녹조 독소의 크기인 나노미터 단위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공기 중에 있는 녹조 독소를 확인한다면서 조대분진을 포집해서 검사하듯이 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녹조 독소의 위험성에 대해 부정하며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라면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한 녹조 독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낙동강과 아주 가까운 금호강에 관광 다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디아크 문화 관광 활성화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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