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악성 민원과 직무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많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공직자들이 심리 상담을 받는 일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공직을 떠나는 젊은 공무원들도 늘고 있습니다.
박재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구청 민원실 직원이 휴대용 촬영 장비를 몸에 부착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폭언과 욕설, 난동을 동반한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대구와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대구 지역 구청 관계자▶
"일방적으로 욕 얻어먹는 거죠. (악성 민원인이) 내 집에 있는 우리 부모님, 자식들, 집사람을 욕한다고요. 전화로. 그런 데서 오는 심적인 (부담이 크다.)"
대구 달서구에서는 지속적인 비방과 조롱 섞인 민원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공무원이 휴직해 노조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의 정신적 피해가 늘면서 대구를 비롯한 전국 9곳에서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하며 공무원과 가족의 심리적 상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 지역 '공무원 마음건강센터' 이용 건수는 지난 2020년 2,432건에서 2023년 8,624건으로 3년 사이 3.5 배가량 늘었습니다.
이는 악성 민원과 직무 스트레스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2023년까지 4년간 직장 내 문제로 상담을 신청한 2만 509건 중 직무 스트레스가 1만 3,217건, 조직 내 갈등이 4,477건으로 80%를 넘었습니다.
직급별로는 6~7급,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가 가장 많이 상담했습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개인에게 마음 건강센터 이용을 장려하기 전에 이러한 경직된 공직문화를 개선하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고요. 악성 민원들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직된 공직사회 문화, 적은 임금 등의 원인으로 젊은 공무원들의 중도 이탈도 가속하는 추세입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전국 17개 '20대와 30대 지방공무원 의원면직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20년은 3,077명이었다가 2023년 4,144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입니다.
전국 지자체들은 연차 낮은 공무원들에게 장기 재직 휴가와 새내기 휴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가 같은 단기적인 대책 외에도 공직 사회의 경직된 문화를 유연화하고, 악성 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중장기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그래픽 한민수, 사진 제공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 달서구지부, 영상 출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