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대구 엑스코 회의장에서 대구컨벤션뷰로 해산 총회가 열렸습니다. 총회가 끝난 뒤 오마이뉴스 기자가 회의실로 들어갔고 휴대전화로 책상 위에 있던 서류 하나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구시 직원들이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달려와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찍은 사진을 삭제할 수 없다며 근거를 요구했고 대구시 직원들은 비공개용인 내부 자료라고 맞섰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양쪽의 이야기가 좀 엇갈립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대구시 직원이 자신을 회의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고, 자신을 밀어 넘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도 파손됐다고 합니다. 머리부터 대리석 바닥에 닿았지만 다치지 않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사진을 삭제하라는 요구만 반복해 결국 사진을 삭제한 뒤에야 회의실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대구시의 설명은 결이 좀 다릅니다. 취재 협조 절차 없이 비공개로 열린 회의장에 무단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어서 막았고, 카메라를 매고 있는 것도, 기자인 것도 몰랐다며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구지역 인권 시민사회 단체는 이번 사건을 '시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언론에 대한 취재 거부와 고발 등 적대적인 언론관이 결국 이번 취재 방해와 폭행 사태를 낳았다는 겁니다. 5월 20일 대구시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김예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오는 7월이면 홍준표 시장 또한 민선 8기 2년을 맞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겹쳐 보이는 것은 우스갯소리로 제 기분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로 당선된 자들이 앞장서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태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홍준표 대구시장의 현 시정에 대해 언론은 불도저식이라고 많이 표현들 하곤 합니다. 불도저를 국어사전에 검색을 하면요, '앞뒤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무조건 일을 밀고 나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칭찬의 말은 아닐뿐더러 민주사회의 구성원이자 정치인, 대구시장으로서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수식어인 셈입니다.
홍준표 시장의 이 앞뒤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이 시정은 우선 민주주의를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을 초등학생도 알고 있습니다. 후보 시절부터 이미 시민사회와는 일체 대화나 소통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취임 이후 현재 대구 컨벤션뷰로 해산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및 시민의 의견은 개 짖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시의회와 조례는 말 그대로 무용지물입니다. 공공기관 통폐합, 각종 기금 폐지에 이어 최근 박정희 우상화 사업과 현재의 컨벤션뷰로 해산 과정에 이르기까지 조례가 있든 없든 조례와 맞든 안 맞든 안 맞으면 나중에 고치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안하무인격으로 이것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구시의회 대부분이 국민의힘 시의원으로 구성되어 이 시의원들이 홍준표 시장의 눈치를 보며 '통과, 통과'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불도저식 홍준표 시장은 그 과정도 문제지만 결과는 더욱 문제적입니다. 공공기관인 대구 컨벤션뷰로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었습니다. 노동은 세계의 문제이고, 따라서 대구 컨벤션뷰로의 이 해산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노동권을 다 박탈하는 인권의 문제인 것입니다.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중지를 결정한 것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사회 안전망을 없애는 것처럼 홍준표 시장이 불도저식으로 밀고 나가는 이러한 시정은 시민을 해하는 시정입니다.
홍준표 시장의 이 불도저가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습니까? 금호강 르네상스, 맑은 물 하이웨이, 이런 행정 아닌 토건 사업만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시정이 그러하니 시장의 심리를 살필 수밖에 없는 현장의 실무 공무원들 또한 그와 궤를 같이할 것이고, 이러한 취재 기자에 대한 폭력 사건은 언제나 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었으며, 앞으로도 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취재진에 대한 폭력은 그래도 되거나 몰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그야말로 밀어붙이기식의 홍준표식 입틀막입니다. 민주주의를 기만하고 인권을 무시하고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홍준표 시장에 대해 주권자로서, 민주시민으로서, 한 시민단체의 대표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홍준표 시장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고 했었던가요? 홍준표 시장의 이런 무례하고 무식한 말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지칩니다만, 우선 개 짖는 소리로 치부하는 우리는, 여기에 있는 우리는 그가 운전하고 있는 기차에 함께 타고 있는 시민입니다. 더구나 우리는 단순한 승객이 아닙니다. 기관사만 있다고 해서 기차 안 가지 않습니까? 연료도 넣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기름칠도 해야 합니다.
우리는 홍준표 시장과 함께 이 대구라는 기차를 움직이고 있는 승무원이기도 합니다. 대구라는 기차 네 거 아니고요. 당신은 우리가 월급 주는 기관사입니다. 아무리 빨리 가고 싶어도 혼자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이 대구라는 기차가 가야 할 목적지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시장의 목적지는 다른 것 같습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 지금 기차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년 뒤 홍준표 시장은 홀랑 혼자서만 이 기차에서 싹 내리고 폭주하다 고장 난 이 대구라는 기차에 타고 있는 대구 시민들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입니다. 기차 제대로 가려면 똑바로 하게 하려면 기관사 재교육시키든지 아니면 기관사 바꿔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함께 바꿔 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