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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미등록 이주민' 절반 감축? "인간 사냥 중단하라"

법무부가 2023년 초, 41만 명인 국내 '불법 체류 외국인'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올해가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첫해인 만큼 엄정하고 집중적인 단속을 통해 체류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예배 중이던 교회와 공장 숙소, 외국 가수 공연장과 길거리에서 느닷없이 들이닥친 경찰에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무더기로 붙잡혀 가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이들을 '불법'이라는 단어로 수식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약이나 절도, 살인 같은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비자가 없는 '미등록' 상태인 만큼 '미등록 이주민'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겁니다. 마구잡이 단속은 인권 측면에서도 따져볼 부분이 많지만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당장 영세한 공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등록 이주민'이 없으면 운영할 수 없고 요즘은 농촌에서도 이들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4월 7일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는 '인간 사냥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건 집회가 열렸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박수규 경북 성주 농민
제가 성주에 귀농한 지는 올해 15년째 됩니다. 그럭저럭 15년이, 여기 나오면서 세어보니까 한 15년이 되었네요.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딸기 농사를 지은 지가 이제 9년째 됩니다. 제가 성주에 처음 들어올 때, 한 15년 전부터 해서 10년 전까지 성주에서 농사짓는 분들의 대체적인 노동력의 형태는 그렇습니다. 한 40대, 50대 농부들이 농촌 노동력의 주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농사일을 보통 70대쯤 되는 어른들이,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농사일을 돕습니다. 그래서 4인 가구가, 성주는 보통 참외 농사를 짓잖아요? 그때는 기본적으로 한 열 마지기, 2,000평 정도 농사가 성주에서 참외 농사의 기본 형태였고, 그 열 마지기 참외 농사를 4인 가구, 그러니까 5~60대 농부와 4~50대 농부와 윗세대 어머니, 아버지의 도움으로 농사를 이어갔거든요?

그런데 10년이 지나니까 이제 그 노인들은 8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더에??? 못 나갑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농사일을 줄이고 하면서 나오는 참외밭 이런 것들은 옆에 있는 비교적 젊은 농부들이 받아서 농사를 짓습니다. 그래서 2020년쯤 되면 현재 성주에서는 기본적으로 한 스무 마지기, 4천 평 정도 농사를, 한 가구가 4천 평 정도 농사를 짓습니다. 그런데 그 어른들, 그 이전에 가족 노동력에 힘을 보태던 어른들은 농사를 못 짓잖아요? 그러면 부부 노동력으로 4천 평 농사는 못 짓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노동력의 형태는 그렇습니다. 부부 노동력에 외국인 부부가 보통 한 팀 내지 두 팀 정도가 붙어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 성주의 기본적인 농사 형태입니다.

농촌 지역의 노동력은 그렇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기본적으로 지금은 50~60대 농민 부부하고 거기에 이주 노동자 부부 한 팀 내지 두 팀이 같이 일을 하는데, 실제로 농촌에는 소위 이야기하는 합법 노동자는 농촌까지 들어오지 않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들은 공장 안에 있고 그 공장을 벗어나면 이미 불법이 돼 버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고용허가제라든지 소위 합법적인 노동 비자 이런 걸 가지고 온 사람들은 농촌에 들어오지 않아요.

농촌 일은 저도 농사를 하지만 공장 일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에 있는 정주 노동자들이 피할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이에요. 노동 시간이 일정치 않습니다. 참외를 따기 시작하면 보통 일을 아침에 4시 반쯤 시작합니다. 그러면 한 9시까지 참외를 따고 그다음에 참 먹고 그 참외 선별하고 오후에 한 두어 시간 쉬다가 4시 되면 또 참외 따러 나갑니다. 그리고 해질 때까지 그 일을 하고 이렇게 해야 하는데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도 그 시간대에 맞춰야 하거든요? 이런 일들을 하려고 하는 한국인도 없고 또 이주 노동자들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악한 조건도 감수할 처지에 있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와서 농민들과 함께 그 힘든 일을 해내고 있는 거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미등록이라고 해서 단지 미등록이라고 해서 이 출입국관리처나 이런 쪽에서 단속을 하기 시작하면 그 노동자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만약에 여주에서처럼 그 노동자들이 단속되어서 빠져버리면 농촌에서는 실제로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김희정 대구경북 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그러니까 지난 2020년 이후에 코로나가 생기면서 정말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출국을 했죠. 그래서 농어촌이나 제조업, 영세 사업장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고 그 자리를 사실상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단속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 단속이 없었던 이유는 뭡니까? 비자가 없지만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인력이라는 이유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촌이나 제조업 어디에도 이 사람들이 놀고 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곳곳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죠. 법무부의 미등록 강제 단속으로 인해서 지금 이주 노동자들은 병원에도 못 가고 슈퍼에도 못 가고 며칠 전에 분유를 사러 나왔다가 몽골 국적의 이주 노동자는 3살 아이와 함께 단속되는 이런 상황까지 지금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단속해서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법무부와 윤석열 정부는 지금 당장 강제 단속을 중단하고 이들에 대한 체류권 보장을 해야 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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