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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병원 못 가는 '4D 노동' 미등록 이주민

◀앵커▶
이틀 뒤인 5월 1일은 132번째 맞는 세계 노동자의 날입니다.


4월 29일은 미등록 이주민 노동자의 고된 삶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이들은 수 십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들어 와 가장 힘들고 열악한 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 다치면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권은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 노동을 짊어진 채 신음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을 손은민, 김은혜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로션 씨.

2011년 한국에 온 뒤로 12년째 경북의 한 주물 공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중금속을 녹인 쇳물로 자동차 같은 온갖 기계 부품을 찍어내는 일을 합니다.

3년 전, 일하던 공장에서 쇳물이 쏟아져 다친 발등에는 큰 흉터가 남았습니다.

◀현장음▶
"(이렇게 다치는 동료가 주변에 많죠?) 네 많아요."

작업환경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용광로처럼 뜨겁고 시커먼 분진이 가득한 작업장에는 로션 씨 같은 이주 노동자들만 있습니다.

◀로션 미등록 이주민▶
"먼지, 먼지 많아서 기침하고 또 무거운 거 계속 왔다 갔다 가져오니까 허리 아픈 것도 많아요."

고된 노동으로 자주 목과 허리가 아프지만 병원에 갈 엄두를 내기 힘듭니다.

미등록 이주민인 로션 씨에겐 회사의 병원비 지원도 의료보험도 없어서 비싼 병원비를 모두 스스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션 미등록 이주민▶
"한 번에 20만 원 18만 원 나와요. 회사는 돈 안 줘요. (말은 해보셨어요?) 말해도 안 줘요. 미등록이니까…"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미등록 이주민 딘티녀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항상 불안합니다.

◀딘티녀 미등록 이주민▶
"애가 조금 아파도 바로 병원 가야 하는데 보험 안 되니까 참고 있어요. "

이불 공장에서 일해 번 한 달 치 급여를 병원비와 약값으로 다 쓴 적도 있습니다.

딘티녀 씨의 소원은 아이의 건강검진입니다.

◀딘티녀 미등록 이주민▶
"만약 지금 건강보험 가입되면, 아이 데리고 바로 건강검진 한번 받고 싶어요. 애가 지금은 성장 잘 되고 있는지…"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기자▶
해외 11개 나라에서 온 대구·경북의 미등록 이주민 358명에게 물었습니다.

일하다 다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절반가량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처리된 건 그중 15%뿐입니다.

3명 중 2명은 치료비 전액 또는 일부를 스스로 부담했다고 답했습니다.

미등록 신분이라도 산재 신청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주가 미등록 사실을 신고할까 봐 치료비조차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43%는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비싼 병원비와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습니다.

실제 응답자의 81%가 최근 1년간 병·의원에 간 적이 4번이 채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병원에 간 경우에도 3명 중 2명이 외래 진료 한 번에 평균 10만 원 이상 들었다고 했고.

90%가 진료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민단체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
"정말 위험한 작업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인을 대신해서 그 일자리를 지금 수행하고 있다… 국적이나 국민을 기준으로 (사회보장제의) 가입과 비가입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는 누구나 건강하게 일하다가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구·경북에 사는 미등록 이주민은 2만 7,500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대부분, 한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를 채우고 필수적인 노동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미등록 이주민들이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건을 갖추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MBC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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