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출입국 당국이 유명 태국 가수의 내한 공연장을 급습해 미등록 외국인 80여 명을 검거해 논란이 됐습니다.
지역에서도 이렇게 느닷없이 들이닥친 경찰에 미등록 이주민들이 무더기로 붙잡혀 가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단속하는 게 맞는가?' 하는 논쟁도 뜨겁지만, 영세한 농장과 공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취재기자와 이 문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손은민 기자, 4월 7일 이주노동자들과 또 시민단체, 농민들까지 함께 집회를 열었다고요?
◀기자▶
7일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는 '인간 사냥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처졌습니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는데,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과 강제 추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열린 집회였습니다.
법무부는 2023년 초, 41만 명인 국내 미등록 이주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후 정부 합동 단속을 이어졌고 단속에 강도도 세졌습니다.
◀앵커▶
우리 지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단속이 많았다고요?
◀기자▶
지난 1월인데, 경북 경산에서 잠깐 우체국에 들렀다 집에 가던 미등록 이주 여성이 갑자기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출입국 직원을 만나, 그대로 붙잡혀갔습니다.
집에는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픈 아이가 혼자 있던 상태였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일요일 낮, 달성군의 한 외국인 교회로 경찰이 들이닥쳤는데요.
예배 보던 미등록 이주민 9명이 수갑을 찬 채 끌려갔습니다.
대낮 공장으로 출입국 직원이 찾아와 숙소와 일터를 뒤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공장주에게 전화로 단속을 고지한 뒤 일하던 직원들을 단속했는데 미등록 이주민 직원 6명 중 4명이 잡혀갔고 2명은 달아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들을 고용했던 공장주와 농민들이 단속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요?
◀기자▶
미등록 이주민이 없다면 농사를 지을 수도, 공장을 가동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성주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박수규 씨는 집회에 나와 "농촌에는 한국인도 없고 또 합법 이주 노동자들도 없다"면서 "열악한 조건도 감수할 처지에 있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와서 농민들과 함께 그 힘든 일을 해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다 잡아가 버리면 1년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농어촌이나 제조업, 영세 사업장에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그 자리를 사실상 미등록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주민 단체들은 지금 당장 강제 단속을 중단하고 이들에 대한 체류권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마구잡이식 단속이 인권 논란은 물론, 기피 일자리를 채우고 있는 지역의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