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간혹 국내로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학자들이 자비로 사들인 것입니다.
이렇게 돌아온 문화재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등 학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 의미가 큰데요.
이렇게 학자들이 문화재를 사들일 때 국가가 경비를 일부분 지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철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남대학교 정인성 교수가 최근 세상에 공개한 신라 토기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경주 분관이 일본 황실 호위대에 준 것입니다.
일본 천황의 아들 다카마쓰노미야는 1926년 9월 21일 군함을 타고 경주박물관을 찾았고 이때 박물관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기록돼 있는 설명 판이 함께 있습니다
당시 경주박물관의 관장 역할을 한 사람은 모로가 히데오인데, 이 토기 역시 모로가가 준 것으로 보입니다.
◀정인성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저 유물의 출현으로 실제로 모로가가 유력 인사들한테, 하물며 일본 황실 방문단한테 경주에서 도굴된 신라 토기를 불법적으로 증여한 사실이 증명된 것이죠."
정 교수가 공개한 모로가의 서신도 귀중한 사료입니다.
사천왕사지 탑 기단부를 장식하고 있던 신라의 수호신인 녹유신장상을 도굴했고 자기도 호미질해 가며 팠다는 기록이 자필로 적혀 있습니다.
우리 문화재를 도굴해 팔아먹던 모로가는 1933년 일본 경찰과 검찰에 의해 구속되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유물 모두 정인성 교수가 사비로 사들인 겁니다.
신라 토기는 일본의 경매 사이트에서, 모로가의 편지는 일본의 헌책방에서 샀습니다.
정 교수 이외에도 많은 역사학자들은 해외로 빼돌려진 사료들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들여가며 사 모으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역사)교수나 이런 사람들이, 월급 받고 사는 사람들이 (문화재 환수)하기에는 힘든 거죠, 너무 힘든 거죠. 눈에 보이는 것(우리 문화재)을 거둬들이지 않으면 가슴은 아프고··· 정부가 먼저 나서줘야 하는 건데."
정부가 문화재 환수에 직접 나설 경우, 우리 문화재 가격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 역사학자들이 문화재를 사들일 경우 경비를 지원하는 방안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 소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화재로 만드는 동시에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MBC NEWS 김철우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그래픽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