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사가 끝나고 준공까지 했는데 입주를 못 하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늘어난 공사비를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시공사와 아파트 조합 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몸싸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조합원들은 잔금까지 다 치르고도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지만, 시공사 측의 대응은 강경합니다.
무슨 일인지, 손은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 앞에서 대낮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내 집에 들어가겠다'는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들과 이를 필사적으로 막는 시공사 측 직원들입니다.
집 열쇠를 달라고 소리치고.
◀현장음▶
"열쇠 달라! 열쇠 달라! 열쇠 달라!"
경찰에 구급대까지 출동했습니다.
입주 예정일은 지난 월요일이었습니다.
이미 잔금도 다 치렀습니다.
그런데 시공사가 조합원들의 입주와 출입을 막았습니다.
늘어난 공사비 때문입니다.
시공사는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가 크게 올라 83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조합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합은 제대로 계산한 뒤에 금액을 정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도급계약서에는 불가피한 경우들에 조합과 시공사가 서로 '합의해 공사 금액을 조정한다'고만 돼 있습니다.
어떤 부분의 인상분을 어느 정도로 반영할지를 두고 양측의 해석이 갈리는 겁니다.
시공사는 추가 분담금 납부 확인서에 서명한 조합원에게만 집 열쇠를 주고 있습니다.
민형사상 문제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시공사는 최소한의 방어권이라고 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
"전부 다 입주했는데 몇천만 원을 내라 그러면 그 돈을 적극적으로 내실 분은 없으니까 당연히 거기에 합의를 받는 거였었고 저희의 최소한의 방어권이었고…"
조합원들은 입주를 볼모로 한 시공사의 횡포라고 억울해합니다.
◀김동우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
"몇십 년 동안 살던 내 땅에서 재개발이 돼서 지금 5년여 만에 내 집에, 새집에 들어가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는데… 이런 독소 조항을 써서 무조건적으로 거기에 사인 안 하면 열쇠를 안 준다라는…"
전체 1,265세대 아파트에 조합원은 423명.
당장 갈 곳이 없어 월셋집을 구하거나 친척 집을 전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
"지금 입주를 못 해서 재계약을 여기 전세 사는 재계약을 안 해가지고 고향 내려가셨다 하더라고…"
관할 구청과 경찰은 개인 간의 분쟁이라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늘어난 공사비에 공사 중단과 입주 불가 사태가 전국에서 잇따르자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회계사와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공사비 갈등 중재 자문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