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달라! 열쇠 달라! 열쇠 달라!"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 앞에서 대낮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정문 출입구 앞에서 '내 집에 들어가겠다'는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들이 밀어붙이고, 시공사 측 직원들이 못 들어오게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70~80대 어르신들이 밀려 넘어지거나 뙤약볕에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에 구급대까지 출동했습니다.
8월 2일, 대구 동구 한 재개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입주 예정일은 지난 월요일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은 잔금도 다 치렀습니다.
그런데도 시공사가 조합원들의 입주와 출입을 막은 건 늘어난 공사비 때문입니다.
시공사는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가 크게 올라 83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조합에 요구해 왔습니다.
합의와 조정을 해야 할 조합장은 횡령 등 비리로 공석이 됐습니다.
조합은 아직 믿을 만한 집행부를 꾸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비대위가 있지만 조합원들의 권한을 정식으로 위임받은 게 아니라서 조합 시공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순 없습니다.
그래서 조합은 일단 입주하고, 새로운 조합집행부가 제대로 공사비를 계산한 뒤에 추가 부담할 금액을 정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도급계약서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조항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들에 시공사와 조합이 서로 '합의해 공사 금액을 조정한다'고만 돼 있습니다.
어떤 부분의 인상분을 어느 정도로 반영할지를 두고 양측의 해석이 갈리는 겁니다.
그러자 시공사는 추가 분담금 납부 확인서에 서명한 조합원에게만 집 열쇠를 주고 있습니다.
이 확인서에는 동의한 내용과 관련해 앞으로 민형사상 문제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일단 서명하면 번복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시공사는 이런 확인서를 받는 이유가 늘어난 공사비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권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 "입주하고 나서는 돈을 보통 안 내시거든요. 입주했는데 몇천만 원을 내라 그러면 그 돈을 적극적으로 내실 분은 없으니까 당연히 거기에 합의를 받는 거였었고 저희의 최소한의 방어권이었고…"
또 지금 같은 상황이 온 건 조합 내부 갈등으로 결정권을 가진 조합장과 집행부가 계속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시공사가 오히려 피해자라는 겁니다.
시공사는 각 공정의 하청업체로부터 20~30% 공사비 증액을 요구받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걸 조합이 함께 부담하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입주를 볼모로 시공사가 갑질과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억울해합니다.
김동우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 "몇십 년 동안 살던 내 땅이 재개발돼서 지금 5년여 만에 내 집에, 새집에 들어가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독소 조항을 써서 무조건 거기 사인 안 하면 열쇠를 안 준다라는…"
갈등이 벌어진 아파트는 전체 1,265세대 규모로 조합원은 423명입니다.
이 중에는 당장 갈 곳이 없어 월셋집을 구하거나 친척 집을 전전하는 사람도 벌써 여럿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 "입주를 못 해서 재계약을 여기 전세 사는 재계약을 안 해서 고향 내려가셨다고…"
현장에 출동한 관할 구청 관계자와 경찰은 개인 간의 분쟁이라 개입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늘어난 공사비로 인한 공사 중단과 입주 불가 사태는 2022년부터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회계사와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공사비 갈등 중재 자문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