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하천 정책이 1980년대식 개발 위주로 되돌아가면서 대구시민의 자랑거리인 신천 수달의 개체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구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환경 파괴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찾아보기 어려워진 신천수달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에 따르면 최근 신천 권역에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수달의 서식 흔적을 찾아보기가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은 2005년 1월, 대구문화방송과 함께 신천에서 수달이 서식하는 사실을 확인한 야생동물보호단체로 대구시의 의뢰해 몇 년 주기로 수달 서식 실태를 조사해 왔습니다.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대표는 "최근에는 일부 특정 구간만 수달이 나오거든요. 신천을 그만큼 개발했기 때문에 수달들의 서식처가 줄어들어 버리는 거죠."라고 밝혔습니다.
대구경북아생동물연합이 참여한 2018년 수달서식 실태 조사에서 24마리가 확인되는 등 수달의 개체 수가 꾸준히 유지되어 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이런 변화는 최근 2년 전부터 감지됐습니다.
실제로 대구시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지정된 동물병원에 들어온 수달의 숫자를 보면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10마리가 구조되어 들어오던 것이 2022년 4마리, 2023년 5마리로 줄었습니다.
모두 수달이 신천 권역에서 구조되어 온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개체 수가 급감한 것입니다.
수달의 공간을 훼손한 인간의 간섭
대구시가 신천을 친수공간으로만 접근하면서 주요 수달 서식지들을 많이 훼손한 데다 인간의 간섭이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2020년 10월, 대구시는 신천에서 수달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하나인 대봉교 부근 하중도를 중장비를 동원해 밀어버렸습니다.
하천 관리를 위해 하천 바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곳은 수달이 새끼를 낳고 돌보는 중요한 보금자리로 2016년 수달 어미와 새끼 2마리가 대구문화방송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대구시는 이곳 이외에도 신천 곳곳에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대구시는 2020년 신천 전역에서 이런 식으로 작은 섬이나 수변공간을 없애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신천에는 수달이 사람들의 간섭을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곳에 사는 수달은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게 돼 버린 것입니다.
서식지 파괴는 수달의 죽음으로 이어져
갑작스러운 서식지의 파괴로 수달이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을 당해 죽어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2021년 8월 10일, 대구시 북구 침산교 부근 도로에서 생후 4~5개월 된 수달이 로드킬을 당해 대구시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지정된 동물병원에 옮겨졌습니다.
다음날인 11일에도 침산교 부근 도로에서 수달 한 마리가 또 로드킬을 당하는 등 8월 한 달 새 수달 4마리가 비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은 신천 안에 설치된 징검다리가 너무 많고 밤의 조명이 매우 밝은 것도 수달이 서식하는 데 큰 장애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달의 발견에 환호했던 대구시
대구시의 하천 정책은 처음부터 이렇게 개발 위주는 아니었습니다.
2005년 1월 대구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신천에서 수달이 대구문화방송 카메라에 포착되자 대구시는 환호했습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은 하천 생태계가 건강한 곳에서 서식하기 때문입니다.
신천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기준으로 5급수에 해당하는 오수가 흐르는 도심 하천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 사는 하천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출현한 것입니다.
대구 도심하천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하천이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대구시는 신천을 비롯한 도심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등의 친환경적인 정책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수달 보호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던 하천 준설작업을 멈추고 하천 내 작은 섬인 하중도의 수생 군락지를 보호했습니다.
수달은 물고기를 사냥할 때를 빼면 하천 부근 수풀에서 몸을 말리고 쉬며 새끼들을 낳고 기르는 습성이 있는데, 신천의 이런 변화는 더 많은 수달을 끌어들였습니다.
대구시의 변화, 수달의 위기
그런데 2020년부터 대구시는 돌변했습니다.
신천의 바닥을 평평하게 하는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시작하면서 1980년대식 개발 정책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도심하천을 개발해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홍준표 시장 체제가 출범한 뒤인 지난해 8월 대구시는 수달의 가장 큰 서식지로 신천의 본류인 금호강에서 대규모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입니다.
대구시는 열린 금호강, 활기찬 금호강, 지속 가능한 금호강이라는 3대 목표를 세우고 30여 가지 실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시민 공간 복지를 실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기후 위기에 강한 글로벌 내륙수변도시 대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수상과 수변에 레저공간을 조성해서 365일 축제가 펼쳐지는 금호강을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대구시의 계획은 말 그대로 하천 개발입니다.
대구시는 2026년까지 사업비 810억 원을 들여 동촌유원지 명품하천 조성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을 선도사업으로 추진합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금과 같은 신천 개발 나아가서 금호강 르네상스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로서 금호강을 훼손을 시키기 때문에 절대로 지금과 같은 개발 방식이 자행돼서는 안 되겠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동안 수달을 '친환경 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소중한 존재라며 20년 가까이 적극적인 수달 보호 정책을 썼던 대구시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하천 생태계를 살리려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면서 후진국형 하천 개발 정책을 부끄러움도 없이 강행하고 있습니다.
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런 정책은 많은 예산을 낭비하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것으로 대구시는 즉각 반환경적인 하천 개발을 멈출 것을 요구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