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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펑펑' 터지더니 대구 팔달시장에 순식간에 퍼진 불길···합선과 누전으로 끊어진 전선


'펑펑' 터지더니 불길 순식간에 번져
12월 27일 대구 팔달시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저녁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던 오후 4시 50분쯤입니다.

팔달시장 안에 100평 규모의 의류 도매 상가 건물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가게 안에 있던 70대 주인은 '펑펑' 소리가 나서 배전박스가 있는 창고로 가보니 계속 불꽃이 터졌다고 말했습니다.

정연결 화재 피해 상가 주인 "소리가 펑펑 나서 그래서 배전 박스로 제가 갔습니다. 가서 이렇게 보니까 그것도 계속 팡팡 이쪽 터지고 저쪽 막 터져요. 그래서 제가 스위치를 내리러 갔는데 도저히 내릴 수가 없는 겁니다."

소리를 듣고 온 근처 상인들이 불을 끄려고 소화기 4개를 들고 와 소화액을 뿌렸는데도 불꽃이 계속 튀고 화염도 거세 불가능했다고도 전했습니다.

현장에는 불이 나면 경보가 울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있었는데,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불은 가게 안에 있던 옷가지들을 불쏘시개 삼아 거세게 타올랐습니다. 

화염에 건물 지붕이 무너지고 시커먼 연기 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119에는 인근 주민들 신고도 쏟아졌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20여 분 만에 관할인 북부소방서의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인력 150여 명, 장비 50여 대가 투입됐고, 불길이 근처 상가로 더 번지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고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2시간 만에 불은 완전히 꺼졌습니다. 

상인들도 모두 대피해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불이 난 의류 도매 상가 건물이 전소했고 근처 상가 일부도 그을음 등 피해를 입으면서 소방서 추산 1억 2천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현장 감식···"배·분전반서 단락흔 확인"
화재가 난 다음 날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합동 현장 감식을 했습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감식에선 상인들이 불이 시작됐다 지목한 배전반과 분전반을 집중해서 들여다봤습니다.

배·분전반 인입부에서는 합선과 누전으로 전선이 끊어진, 단락흔이 확인됐습니다.

이게 최초 화재 발생 원인인지는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불이 난 이후에 합선이나 누전이 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이동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고조사팀장 "단정 지을 수는 없고요. 이게 1차냐, 2차냐, 그리고 이게 발화점이 될 수가 있느냐, 안 될 수 있느냐 이건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경찰은 배·분전반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했습니다.

팔달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들은 빠른 진압으로 불길이 다른 상가로 번지지 않았지만 자칫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전통시장 화재 44%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

난방 기기를 많이 쓰게 되는 겨울철, 50년 넘어 낡은 전기 시설에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까지, 전통시장은 특히 요즘 작은 불씨에도 큰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최근 5년(2019~2023) 동안 전통시장에서만 288건의 불이 났습니다.

이 불로 26명이 다쳤고, 소방서 추산 828억 원의 재산피해가 났는데, 이 중 44%, 128건이 전기적 요인이 원인이었습니다.

콘센트나 차단기 등에 먼지나 습기 같은 이물질이 쌓여 불이 나고, 전선이 낡거나 훼손돼 절연 기능이 떨어져 합선되거나, 용량보다 많은 전력을 써서 과부하·과전류로 불이 났습니다.

소방 당국은 대구 전 지역에 1월 2일까지 화재위험 '경계' 경보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쉽게 불이 나고 대형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큰 전통시장에선 특히 전기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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