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가 섬유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에는 섬유공장에서 땀을 흘린 수많은 근로 청소년이 있었습니다.
힘들게 일하면서도 배움의 열망을 가진 이들은 국가가 마련해 준 산업체 부설 학교를 다니며 산업역군으로 큰 역할을 했는데요.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들의 성실하고 눈물겨웠던 삶을 기록한 전시회가 열려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상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낡은 작업복, 볼펜으로 깨알같이 기록된 과목별 성적표.
1970년대 후반 대구 섬유공장에서 일하며 산업체 부설 학교에서 공부했던 근로 청소년들의 치열했던 삶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교대 근무조로 일하며 배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쉬는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공장에 들어갔지만 배움을 향한 꿈과 열망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겁니다.
◀최지혜 대구교육박물관 학예연구사▶
"사실 교육의 기회라는 게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면 좋은 거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그 벽을 뛰어넘고자 했던 근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좀 집중적으로 저희가 조명을 한 것이거든요."
일하며 공부했던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 수업 자료와 사진, 졸업장은 물론 이제는 믿음직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한 이들의 현재 모습을 담은 인터뷰도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경제 개발의 뒤편에서는 묵묵히 고단한 노동 현장을 지켜낸 산업역군이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섬유 도시 대구를 일궈냈지만 자랑스럽게 말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장철수 대구교육박물관 관장▶
"그분들 한 분 한 분이 많은 슬픔을 안고 이렇게 숨기고 살아온 것을 드러내려고 하니까 많이 감정에 복받쳐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가난 때문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장으로 향해야만 했던 여성들 시대상, 그분들의 꿈 꾸는 삶이 후손들이 존경하고 박수를 보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1980년대 전국 7만여 명에 이르렀던 산업체 부설 학교 학생들은 중국, 동남아시아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1990년대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대구지역 산업체 부설 학교 학생들의 삶과 교육에 관한 열망을 담은 기록 '꿈꾸는 삶- 나는 산업체 부설 학교 학생입니다' 전시회는 2024년 5월 19일까지 대구교육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립니다.
MBC 뉴스 이상원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