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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전국구 기업형 헬스장 폐업…대표는 잠적?


전국 49개 지점 있다더니…불거진 헬스장 '먹튀' 의혹
10월 28일, 대구 동구에 있는 한 헬스장이 돌연 문을 닫았습니다.

나흘 뒤, 헬스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건물주가 문을 완전히 닫기로 한 날입니다.

직원들은 아무도 없고, 엘리베이터 입구 옆으로는 갈 곳 잃은 신발이 가득합니다.

책상 위에는 현금이나 계좌 이체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각종 연체 우편만 나뒹굽니다.

회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러닝머신을 뛰고, 벤치프레스를 합니다.

사물함에서 세면도구를 꺼내 가방에 담고, 신발을 챙겨 나섭니다.

3일 전에는 분명 정상 영업을 했는데, 문을 닫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진성미/피해자 "주말 끝나고 난 다음부터 월요일에 오니까 인바디 측정 기계랑 (다른) 기계 한 개가 없어지고 그냥 관계자가 아예 전혀 없었어요. 그때 알았어요. 사태를."

이곳에 등록한 회원만 800명에 달합니다.

다른 곳보다 저렴해서 찾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권순도/피해자 "한 달은 13만 원 그랬는데 1년 하면 26만 원 한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기왕이면 어차피 운동 오래 할 거니까."

문을 닫기 직전까지 회원은 계속 받았습니다.

남정희/피해자 "제가 10월 14일 날 1년 치를 끊었는데 자동 이체를 시켰잖아요. 시켰는데 자기들 알면서 받은 거야 그걸."


관리비가 밀린 건 석 달이 넘었습니다.

헬스장 수건이 제때 지급되지 않고, 트레이너가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환불을 받기 위해서,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 회원들이 직접 등록 서류를 찾아 정리했습니다.

지점장은 자신도 월급을 받는 직원이라 했습니다.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았지만, 책임감으로 계속 헬스장을 운영했다고 했습니다.

대표와도 연락이 끊긴 상태라 답답하다며, 임금 체불에 대해 고용노동청에 신고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리비도 본사가 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은 대표의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은 끝내 닿지 않았습니다.


전국 49개 지점…피해 눈덩이

전국에 49개 지점이 있다고 홍보한 전국구 기업형 헬스장입니다.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지점 중 서울과 안양, 경산에서도 같은 문제가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달 21일, 경북 경산의 한 지점 회원들에게는 '가스가 중단돼 따듯한 물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정상 운영된다고 하더니 직원들은 사라졌습니다.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는 290여 명이 있는데, 피해 인원과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 회원들은 민사 소송도 검토 중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헬스장 먹튀 피해

헬스장 먹튀 피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 7월 대구 달서구와 북구에서도 대형 헬스장이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회원들은 고소장을 냈고, 대표인 30대 남성은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헬스장과 필라테스 같은 생활체육시설의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생활체육시설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2021년 3,224건, 2023년 3,586건, 2024년 4,356건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있었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통계적으로 확인해 보니 헬스장의 폐업률이 약 70% 정도 되고 그중에서 상당수는 1년 이내에 폐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실태조사를 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장기 거래 신중히'…이번에는 국회 문턱 넘을까

헬스장은 계약 기간이 길거나 횟수가 많을수록 할인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먹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장기 계약을 삼가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20만 원 이상 3개월 이상 카드 할부 거래에 대해 쓸 수 있는 할부 항변권을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김민정/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카드 회사가 중간에서 보험회사 역할 같은 걸 해줄 수가 있어요. 그래서 만약에 내가 카드 대금을 납부하는 과정 중에 할부금을 납부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카드 회사에 지불 중지 명령을 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소비자 상담 통합 콜센터 '1372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 www.ccn.go.kr)'나 '소비자24(모바일앱, www.consumer.go.kr)'을 통해 상담이나 피해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의 피해를 배상할 수 있도록 업체가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반복해서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체육시설이 3개월 이상 휴업이나 폐업할 경우 이 사실을 14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법안.

3개월 이상의 이용료를 미리 받은 체육시설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회원 피해를 줄이도록 하는 법안.

계류됐다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곤 했습니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는데, 이번에는 법이 개정될 수 있을까요? 

변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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