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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쟁점인 '조류 충돌' '기종' '둔덕'···대구공항·포항경주공항은 어떨까?


181명 중 단 2명 생존···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2월 29일 새벽, 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을 떠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외벽과 충돌하며 폭발했습니다.

비행기 안에는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망자 179명.

생존자는 기체 꼬리 부분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승무원 단 2명입니다.

229명이 사망한 1997년 괌 공항 대한항공 추락 사고 이후 최악의 국내 여객기 참사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사고 원인부터 피해를 키운 요소들까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없는 상황이지만, 사고 당시 목격되고 기록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여러 의혹과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류 충돌, 보잉 B737-800 기종, 활주로 길이, 로컬라이저 구조물 등이 쟁점이 되고 있는 키워드들입니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과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 공항들은 안전한 건지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구국제공항은 뭐가 다르고 또 어떤 상황들이 비슷한 건지 사고 관련 쟁점 키워드를 기준으로 따져봤습니다.

랜딩기어 없이 동체 착륙하다 사고···조류 충돌이 원인?
사고 여객기는 착륙 과정에서 랜딩 기어(착륙 바퀴) 없이 기체 몸통을 대고 활주로에 내리는 '동체 착륙'을 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로 이어진 착륙 시도 전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 선언을 여러 번 보냈다'고 밝혔는데, 전문가들은 사고 여객기가 새 떼와의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이상 등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속 370km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톤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조류 충돌은 그만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의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에선 지난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조류 충돌이 10번 발생했습니다.

같은 기간 무안공항에서 이착륙한 항공편이 11,004인 걸 감안하면 항공편 만 대당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은 0.09%로 발생률로만 보면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국제공항은 조류 충돌 발생률이 0.013%, 김포국제공항은 0.018%, 김해국제공항은 0.034%였습니다.

대구공항 6년간 조류 충돌 41건···"제주공항 발생률의 2배 넘어"
대구국제공항은 어떨까요.

지난 2019년부터 2024년 말까지 6년 동안 대구공항 내 조류 충돌 사고는 41건 일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대구공항을 오간 여객·물류 항공기는 111,588편으로 비행기 만 대가 오갈 때마다 3.67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셈입니다.

발생률은 0.036%.

지역 공항 중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대구공항은 조류 퇴치 전담 요원 8명이 근무 중입니다.

군 공항과 함께 있어 공군에서도 조류 퇴치팀을 운영하고 있고, 조류 충돌이 큰 사고로 이어진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공항 근처에 철새가 많이 오가는 금호강이 있습니다.

해외 공항들처럼 조류 탐지 레이더 같은 조류 충돌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참사 여객기' B737-800 기종···대구공항 오가는 항공편의 76%
이번 참사 여객기는 보잉사의 B737-800기종입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국내 노선이나 짧은 거리의 국제노선에 이 기종을 운용 중입니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입니다.

사고 다음 날 제주항공의 동일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는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B737-800 기종 101대에 대해 전수 특별 점검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1월 기준 대구공항을 오간 항공편 1,910편 중 1,458편 76%가 이 기종이었습니다.

국제노선만 보면 운항 항공기의 82%가 B737-800 기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가동률을 비롯해 항공기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과 정비 등이 규정에 맞게 지켜지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또 항공기 운항 체계 전반에 대해서도 긴급 안전 점검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무안공항 2m 콘크리트 둔덕 참사 키웠나?···포항경주공항에도 있는데

비상 착륙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활주로 끝 둔덕에 부딪히면서 폭발했습니다.

이 둔덕은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를 설치하기 위해 만든 시설인데, 내부에는 콘크리트가 들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둔덕이 이번 사고의 피해를 더 키웠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저 둔덕이 없었다면 이 항공기는 계속 밀고 나가서 벽까지 치고 그다음에 거기를 넘었을 수 있었겠죠. 그런데 아마도 항공기는 지금보다 좀 더 온전한 상태로 남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콘크리트 둔덕이 포항경주공항에도 있습니다.

사고가 난 무안 공항과 달리 맨 위 5~60cm가량만 콘크리트가 채워져 있지만 활주로 끝에 불쑥 솟아난 둔덕이 설치됐습니다.

인천, 김포공항을 비롯해 대구공항에도 로컬라이저가 둔덕이 아닌 평지에 설치돼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포항경주공항과 같은 공항에도 이런 어떤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설치돼 있는 것을 저희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항은 다른 공항에 비해 활주로 길이가 짧고 계기 착륙시스템 작동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 공항들 중 착륙이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실제로 포항경주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133m로, 무안공항보다 약 700m, 김포공항보다는 약 1,500m 짧습니다.

게다가 바다에서 거센 옆바람이 자주 불어와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포항시는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포항경주공항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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