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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도시의 사찰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층 아파트 숲속에 자리한 사찰.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주변 환경 속에서 태어난 도심 사찰 '청수사'는 비움을 통해 바삐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에 주변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청수사'가 2021년 대구시 건축상 일반분야 최우수상 수상작에 선정됐는데요, 1989년 대구시 건축상 제정 이후 사찰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구·경북 건축가협회 부회장이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심 사찰의 새로운 건축양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청수사'를 설계한 대구를 대표하는 건축가 김기석(기단 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만나 봤습니다.

"기존의 신도님들께서는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앞으로 도심에 짓는 절은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김기석 건축가
Q. 도심 사찰 청수사의 특징은?

기단 건축사 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건축사 김기석입니다.

청수사는 1970년대에 그 자리의 위치에 지어졌는데 그 이후에 주변이 점점 개발되면서 도시민과 함께하는 사찰이 되어야 하는데 산사 사찰하고는 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개방성이 있어야 하고, 그 개방이 마당으로 이어지고 마당이 또 사찰 내에 우리 예배하는 공간으로 이어지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들이 계속 녹아났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따라서 저희는 어떻게 비워서 그 공간을 같이 향유하면서 인근 주민, 혹은 신자들, 그리고 청소하러 오는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주 콘셉트는 비움, 즉 마당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거기에 설계를 담으려고 했었습니다.

Q. 청수사를 설계할 때 주안점은?
청수사는 어쨌든 우리나라 사찰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전통성이 또 있기 때문에, 사찰의 전통적인 재료라고 하면 화강석으로 가지고 있는 기단의 화강석, 그리고 목재로 가지고 짓는 기본 재료, 두 가지 재료로 건축물이 이루어집니다.

그런 베이스를 가진 재료를 생각했고 아무리 현대적으로 새롭게 지어지더라도 전통에 가지고 있는 형태적으로는 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전통에 가지고 있던 재료들은 그대로 사용하자 해서 정체성을 지키자는 게 제 생각이어서 화강석과 위에 상부에는 목재의 우드를 가지고 외피를 했었고, 전통 건축에 또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건축의 가장 특징으로는 처마 라인이 있습니다. 처마를 어떻게든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처마를 그 현대적으로 이 사찰에도 넣자 많이 넣고자 했던 게 특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설계하면서 어려움은?
처음에 의뢰하러 왔을 때는 당연히 전통 사찰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오셨고 현대 사찰은 이런 모습을 담을 수는 있는데 장점은 이런 것들이 나올 수 있었다, 어떤 걸 선택하셨냐 하는 그런 과정에서 한 6개월, 1년 가까이 아마 브레이크 타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현대적인 사찰이 태어났고요.

그런데 현대 사찰이 또 그걸 받아들이기 위해서 아마 스님께서도 나름대로 고민이, 아마 심사숙고가 있었던 걸로 판단이 됩니다. 지금 제가 알기로는 청수사 같은 이런 도심형 사찰이 우리나라에 아마 거의 처음에 가까운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카페와 식당이 같이 있는데 그런 공간들이 현대적으로 해석이 되어서 입식의 공간이 되어 있고, 신도들이 나이가 드시니까 좌식으로 앉았을 때 너무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다고 말씀을 하셔서 이 여기 법당 또 새로 지으면서는 입식 법당이 되었습니다. 문 뒤쪽에 의자들이 있고 앞쪽에는 예배할 수 있는, 절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좌식으로 해서 두 개의 공간이 구분되어서 돼 있는 그런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도 결국은 불자들 혹은 신도들과 운영하면서 생겼던 그런 것들을 반영했던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여기에서 반영이 되어서 공사 중에 조금은 변경됐던 그런 여지도 있기는 합니다.

Q.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특히 이런 계절적인, 5월에서 6월, 혹은 8월 말에서 9월 이럴 때 보면 처마 밑에 앉아서 이렇게 빗방울이 떨어지는 처마 라인을 보고 있을 때는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특히 청수사는 그런 공간을 몇 군데를 제가 두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외부 의자를 하나 갖다 놓고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되기도 하고 마음의 좀 평화나 사색 공간으로서의 충분히 역할을 하거든요? 처마 밑 공간이 저는 제일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마당, 비워지는 공간들이 활용되는 모습들을 제가 볼 때 그때마다 변화를 계속 일으키거든요? 어떨 때는 나무 의자를 갖다 놓고 신도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또 초파일 때는 연등을 달아서 예배 공간 혹은 사찰에서 본연의 기능을 하기도 하고, 또 거기에 인근 주민들이 애들하고 같이 와서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외부 공간을 사용하고 놀 때는 그 공간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는 제일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효민 스님 청수사 주지
Q. 스님과 신도들의 반응은?

기존의 신도님들께서는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렇게 일을 크게 벌여서 왜 이러나' 이럴 때 제가 좋은 고찰, 천년 고찰 이런 절들은 산사에 너무 좋은 절들이 많으니까 도심에 있는 절들은 일반인들에게 좀 많이 오픈하는, 열어주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 있고요. 여기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많이 음악회도 하고 놀이마당도 하고 또 뭐 농산물 직거래 이런 것도 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뭔가 이 동네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공간이 되고 싶다고 해서 지었어요.

만 2년 지났는데 이제는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까 너무 편리하다, 법당도 그렇고 뭐 커피숍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이런 것들도 너무 좋고, 엘리베이터로 다리 아프지 않게 움직이는 것도 좋고, 그러면서도 이렇게 또 아파트를 품고 있어서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고. 그래서 앞으로 도심에 짓는 절은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런 팔십 대 어르신들께서 제게 그런 말을 해주시거든요? 그게 제가 최근에 들은 가장 큰 칭찬이고 기쁨이고 그런 거 같아요.

김기석 건축가
Q. 김기석 표 건축이란?
저는 건축물은 어쨌든 필연적으로 개발을 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서 자연이 훼손되고 자연이 없어지는 모습이 저는 조금은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구가 훼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가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건축물이 되어져야 한다는 게 저의 기본적인 기본 마인드 모토입니다. 그래서 청수사도 마찬가지고 비움의 공간이 결국은 마당이 되고 마당이 결국은 자연인 거고.

또 다른 프로젝트들이 많은 곳에 곳곳에 저희는 내부의 정원이라든지 중정이라든지 이런 공간을 통해서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고 계절을 느낄 수 있고 그런 공간들 앞으로 계속 이때까지 만들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어져야지 되지 않을까. 그런 모습이 사람과 자연이, 그리고 지구와 인간이 공존하는 모습일 것이고, 그게 행복한 삶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어떤 건축가로 기억되고 싶나?
우리 건축가들은 이런 말을 한 번씩 합니다. 건축물이 아메바와 같다는, 자가번식을 한다는 그런 말을 씁니다. 한 도시에 괜찮은 건물이 딱 들어서면 인근에 경쟁하듯이 비슷한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그 도시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아주 많이 하는 케이스가 아주 많습니다. 그런 계기가 되는 건축물을 저도 짓고 싶고 그런 걸 설계하고 싶고 그로 인해서 도시가 발전하고 또 도시가 변하고 그러면 또 사는 분들이 도시를 사는 시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다 같이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재의 역할이 함께 번식하는 건축물이 되어서 주변에 영향을 주는 공간이 되면 제일 좋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건축물들이 계속 쌓이고 쌓인다면 대구도 국제적인 도시가 될 거고 국제적인 위상이 점점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폐쇄적이고 갖춰진 공간만 자꾸 가진다면 좋은 도시가 될 수도 없을 거고 그 도시가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지 않으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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