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고 현란한 인공조명 때문에 야간에도 환한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을 '빛 공해'라고 합니다.
눈부심 같은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수면 장애 등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빛 공해에 자주 노출되면 황반변성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이목을 끕니다.
제주대병원 안과 하아늘 교수 연구팀은 미 공군 위성 프로그램에서 제공한 빛 공해 계측치에 국내 국민 건강 보험 공단 자료를 결합해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처음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진단 전 2년 동안 빛 공해 누적 노출 정도를 황반변성이 없는 정상군과 비교한 연구 결과를 2024년 초 발표했습니다.
빛 공해 누적 노출 정도를 4개 구간으로 나눠 비교 분석한 결과, 노출 정도가 가장 높은 구간에 거주하는 경우, 황반변성 발생 위험이 2.17배 높았고, 두 번째로 높은 구간에 거주하는 경우에도 1.12배 황반변성 발생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이 연구는 미국 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JAMA Network Open (IF=13.8)에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빛 공해 민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구 지역 빛 공해 민원은 지난 2014년 10여 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 110여 건, 지난해 300여 건까지 늘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조명이 비치거나 잠을 못 자겠다는 민원이 대부분입니다.
대구에서는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빛 공해 방지법'이 전면 시행돼 본격적인 규제에 들어갑니다.
2024년까지는 2022년 이후 설치된 조명 기구에만 제한적으로 '빛 공해 방지법'을 적용했는데, 2025년부터는 2022년 이전 설치된 조명 기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겁니다.
이미 수도권 등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 법을 전면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대구 전역을 4가지 조명 환경 관리구역으로 지정해 빛 방사 허용 기준을 차등적용하고 있습니다.
1·2종은 녹지·농림지역 등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 3종은 주거지역, 4종은 상업지역입니다.
빛 방사 허용 기준을 지켜야 하는 대구시의 광고, 장식 조명은 2만 4천 개가량으로 추정됩니다.
2025년부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조명 기구가 많아지는 만큼, 기준을 초과하면 개선 명령, 과태료 등 행정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구시는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면 민간에서 관리하는 조명들도 조금씩 개선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해 보니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습니다.
종교 시설 등에 설치된 조명에 빛 공해 민원이 최근 늘고 있는데요,
이는 법적 관리 대상 외 조명으로 분류돼 있다 보니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지자체별 조명 활용 사업이나 레이저와 홀로그램 같은 빛 공해를 유발하는 현란한 조명도 속속 출현하고 있지만, 빛 공해 영향 조사 및 관리 기준 마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측정 장비 미비, 인력 부족 등으로 다양한 빛 공해 민원에 대한 지자체 대응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대구 지역 한 구청 관계자는 "조도계와 달리 휘도계는 전문 인력이 없고, 가격도 되게 비싼 걸로 알고 있다"며 "휘도 측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빛 공해 방지법 전면 시행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대로 된 관리나 규제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듭니다.
특히 빛 공해를 알고 있는 것과 빛 공해 규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사이의 괴리가 크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의 단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