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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격무로 '끙끙'···대책 없나?

◀앵커▶
정부가 아동학대 사건을 책임지고 대응하고자 아동보호 전문기관, 그러니까 민간이 해오던 학대 조사 업무를 시군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이관한 게 3년 전부터인데요.

민원 스트레스 등 격무에 시달리면서 부서를 떠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많고, 경북에서는 시군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무원 1명 혼자서 아동학대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엄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밤낮, 주말할 것 없이 24시간 대기 상태입니다.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출동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지금 혹시 아동은 안전한 상태인가요? 추후에 저희가 행위 의심자 만나러 갈 때 동행을 요청드려도 될까요?"

조사가 주로 야간에 이뤄지고 학대 의심자와의 충돌이 잦다 보니 2인 1조로 움직입니다.

아동학대 조사와 학대 여부 판단, 그리고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등 단계 단계 숙련된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지만, 일반 공무원과 같은 순환보직으로 운영되면서 별안간 현장에 내던져지고 있습니다.

◀안동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인터넷 교육으로 짧게 한 며칠 듣고 서울에 가서 신규 교육 듣는 거 일주일 정도 그리고 바로 투입을 하기 때문에 사실 많이 부족하죠."

경북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근속 연수는 평균 1년 3개월. 

공무원의 부서별 근속연수 2~3년과 비교하면 매우 짧습니다.

안동시만 해도 팀장을 제외하곤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없습니다.

◀안동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아무래도 몇 달 하면 다들 바뀌니까 힘든 부분이 맞고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다들 하기 싫어하니까···"

혼자서 아동학대 업무를 보는 곳도 많습니다.

경북 22개 시군 중 예천을 비롯해 12곳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1명이 근무 중입니다.

24시간 대기 당직도 오롯이 혼자의 몫.

조사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윤서영 예천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말씀이 많이 거치시거나 아니면 폭행을 한 전력이 있다던가 이런 전력이 있으신 분을 만날 때는 아무래도 부담돼요. 그래서 저희가 상담실에 가서 만날 때도 바깥쪽에 앉고 비상 호출 벨을 갖고 가서 만나거든요."

아동학대 업무 특성으로 인해 1인 체제는 물론 팀 단위도 너 나 할 것 없이 힘든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경북에서 가장 발 빠르게 전담팀이 신설된 포항시는 어떨까요?

포항시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제 시행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이전인 2020년 7월부터 아동보호팀을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아동학대 전담병원을 전국 최초로 지정하고, 학대 피해로 즉각 분리가 필요한 보호 대상 아동들이 머무는 일시보호시설 또한 지난해 연말 포항에 문을 열면서, 도내 전 시군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담 인력 확보에 공을 들였습니다.

현재 전담 공무원만 9명, 이들을 보조하는 공무직 전담 요원 포함 총 15명으로 도내 최대 규모인데, 조례로 2년의 필수 근무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필수 근무 기간이 끝나면 희망 부서로 우선 발령해 줍니다.

또, 초과수당 제한을 대폭 풀고 별도의 수당을 지원하는 한편, 공무원의 일반 당직에서도 제외됩니다.

최대한 이탈을 방지해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이은주 포항시 아동보호팀 팀장▶ 
"아동학대 행위자를 조사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사회 복지하고는 달라서 행위자를 대하는 방법, 특히 피해 아동에 대해 진술을 이끌어 내는 방법 이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전문성을 확보하자···"

격무 기피 부서에서 이제는 속속 자원자가 생길 정도입니다.

◀최성원 포항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아동학대 업무가 말 그대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업무라면 제가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동들이 안전한 모습, 안전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그 도움을 주는 게 큰 사명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죠."

지난 9월을 끝으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제 유예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동행과 지원 없이 아동학대 조사와 판단, 후속 조치를 전담 공무원이 독자적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현장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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