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웰빙’만큼 최근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웰다잉’입니다. 고령사회, 어떻게 하면 인생의 마지막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누구나 두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의 삶을 지키는 ‘호스피스 의료’의 의미에 대해서 칠곡경북대학교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 센터장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아솔 센터장과 알아봅니다.
[오서윤 아나운서]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하기보다는 죽음을 피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거나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도 치료를 받고자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아솔 권역호스피스센터장]
한국 사회는 이런 것 같아요. 죽음은 금기입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아버지에게 죽음의 얘기를 하면 불효죠. 실제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연구인데요. 본인이 말기 환자라고 가정할 때, 나에게 말기라는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90%예요.
그런데, 제가 많이 겪는 일인데, 가족 입장에서 말기이고 돌아가시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얘기하면, '그것을 알리면 환자가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껴요', '치료에 대한 희망을 상실할까 봐 못 알리겠어요'라는 분이 많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얘기를 하지 못하면 환자가 호스피스 또는 완화의료 안에 들어올 수가 없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완화의료 서비스의 이용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죽음을 알린다기보다는 환자에게 말기라는 것을 알고 이 병 때문에 임종하시게 된다는 걸 알려야 한다는 얘기를 가족들이 못 하겠다고 하면 제가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보호자께서 나중에 임종 순간이 가까워지거나 질병 말기가 되어 몸이 아프고 이상한 걸 아는데도 가족들이 쉬쉬하고 있으면 괜찮겠냐고요. 대부분의 환자는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자기가 말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요. 그런데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고, 내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게 되거든요.
죽음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고, 환자들도 생애 마지막을 잘 살아내실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훈 아나운서]
호스피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선택에 있어서 환자와 가족 중 누구의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까?
[김아솔 권역호스피스센터장]
사실 선택은 가족보다는 환자 본인이 하도록 많이 권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족에 의해서 오는 경우가 좀 더 많습니다. 그러면서 여기가 호스피스 병동이지만 환자에겐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환자가 말기이지만 말기인 얘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호스피스 서비스는 받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구성 김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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