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첫 오찬 회동을 하고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 나온 합의로 협치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민생협의체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앞으로 내란 재판을 두고 여야 간 대치가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대구MBC 시사 라디오 방송 ‘여론현장’ 김혜숙 앵커가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천용길 시사평론가와 함께 이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Q. 지난 월요일이 아득하게 느껴져요. 워낙 또 많은 일도 있었고,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이야기부터 좀 해볼까 합니다. 사실은 이게 이렇게 참 반가울 일인가 싶기도 한데, 굉장히 필요했던 일인 건 분명한 것 같고,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괜찮았다는 평가인데, 두 분은 어떻게 보셨을까요?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그런대로 좀 분위기가 좋은 편이었죠. 아무래도 이런 측면이 좀 보였어요.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과거 자신이 야당 대표 시절에 거의 2년 3개월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 줬잖아요.
Q. 거의 720일이 지났던 것 같죠.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만나줬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아마 윤 전 대통령은 그 당시 심정으로 범죄자인 사람이 야당 대표가 됐는데 내가 만날 수 있느냐. 그 이전에 대선에서의 선거 라이벌을 떠나서 이런 부분이 강했던 것 같고.
그래서 아마 이재명 대통령은 그 부분이 서운하고, 제가 보기에는 어쩌면 자신은 좀 그걸 피했으면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또 집권 초기니까 아무래도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지금 특히 또 내란 사태로 명명하는 전대미문의 사안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빠른 시일 내에 흡수한다고 할까? 그런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100일이 되지 않은 시점에 여야 대표를 만났는데, 대통령으로서 필요했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천용길 시사평론가]
네, 이재명 대통령이 어느 정도 확실하게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하는 이미지를 보여준 것과 동시에 본인이 그 역할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가치 판단을 하기 전에, 가치 판단을 하고 있더라도, 누구든 만나야 하는 대표적인 직업이 저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거든요. 하나가 기자이고 그리고 또 하나가 정치인입니다.
그러니까 판단은 이후에 하더라도 일단은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고, 그 정치인의 역할 중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역할을 분명히 저는 숙지하고 있다고 하는 차원에서 이런 자리가 마련됐고 당연히 그 역할을 본인이 수행하고자 했던 결과로 보입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그러니까 말씀 첨부하자면 당연히 만나야 하겠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난다는 게 이채롭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인데, 깊게 들여다보면 방금 직업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이 정치인이고 기자라고 그랬지만, 이 두 사람이 이번에 평가가 좀 윈윈했다는 구석이 있잖아요.
Q. 여야 대표들도 그리고 대통령도 모두가 윈윈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그 순간만은 윈윈했다는 것이 있는데, 왜 그러냐 하면 사실 아까 직업이라고 했지만, 두 분 다 새로운 직업을 가진 거예요. 물론 정치인이라는 공통의 직업이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업 그리고 장동혁의 경우에는 당 대표라는 직업이 생겼죠. 이제 처음 출발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 출발한 상태, 물론 지금 대통령이 한 100일 정도 됐습니다만, 5년 길게 보면 아직 초창기 중의 초창기잖아요. 그래서 연착륙을 잘해야 한다는 두 사람의 심정, 그런 것이 좀 깔려 있다고 보고 싶어요.
Q. 대통령이 그래서 이제 두 당 대표, 사람하고만 악수한다고 정청래 대표가 워낙 또 강하게 발언을 했다 보니까 모두 발언에서 장동혁 대표는 쑥과 마늘을 먹었다고 약간 농담을 섞어서 또 대응을 했는데, 하여튼 두 분이 일찍 또 악수를 했어요?
[천용길 시사평론가]
그렇습니다. 이게 보면 정치가 연극이라고 비유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어찌 보면 장동혁 대표도 그렇고 정청래 대표도 그렇고 연극을 하는 무대가 기존과 달랐던 거죠. 자기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 무대에서는 당연히 배역 자체가 상대 정당에 대해서 굉장히 비난을 하기도 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본인의 논리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대통령과 같이 만난 자리에서는 본인의 역할들이 달라지는 거죠. 게다가 대통령이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니까 여기에 맞는 대응, 연극을 또 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 이 장면이 떠올랐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무대가 바뀌고도 본인은 계속 검사 역할만 하고 싶어 했다.
Q. 대통령실에서도 아니면 국회에서도 어디에서나 검사였던 거예요?
[천용길 시사평론가]
그렇죠. 그 역할만 소화하고자 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벌이게 됐던 거고, 그런 면에서 보면 3명의 정치인 모두 제 역할을 소화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장동혁 대표는 진짜 전당대회에서 봤던 모습하고 너무 달라서···미소도 띠시고 이러는데 발언 수위도 그렇고 이런 분이었나 좀 새롭게 봤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야당 대표로서의 어떤 역할?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제가 장동혁 대표를 이번 당내 경선 나올 때 한번 보니까요. 처음 본 거죠. 그러니까 굉장히 유해요. TV에 왜 아주 매서운 눈매만 잡아서 보여주는지 악의적인 편집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Q. 그런데 이번에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죠, 대통령과의 자리에서는. 어떻게 보세요, 야당 대표로서?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제가 아까 말씀드리다가 좀 덜 했는데, 대통령 측면에서는 유화적으로 좀 실용주의적인 정책,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걸어온 길이 세게 나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지금.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고.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 보면 한번 생각해 보세요. 두 달 전, 석 달 전에 대한민국 국민 중에 장동혁이라는 정치인을 아는 사람이 몇 사람 되겠어요. 거의 모를 거예요. 자기들끼리나 아는 것이지. 그래서 장 대표로 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굉장히 본인으로서는 당내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국민의힘 얼굴이 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아니었던가 싶고요.
Q. 그런데 이제 중요한 것은 그날은 참 분위기가 좋았는데요. 중요한 건 대결의 정치가 대통령의 중재로 대화의 정치가 복원되는 걸로 나갈 것인지,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합의한 거는 일단 민생경제협의체라는 건데, 이게 또 실효가 있을 것인지가 또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분위기만 좋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천용길 시사평론가]
앞으로 이 민생 경제 협의체가 삐그덕거리지 않고 아주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야 같이, 민생은 같이 해야 한다, 그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제안을 할 수밖에 없고, 이걸 또 야당이 안 받아들이기에도 어렵습니다.
Q. 민생경제협의체 같은 경우에는 야당 대표가 제안했고, 대통령이 받고 이렇게 합의가 된 거 아닙니까?
[천용길 시사평론가]
그러다 보니까 민생경제협의체가 운영은 될 텐데, 여기에서 정치 무대에서 쟁점들이 올라올 겁니다. 특히 소비쿠폰 발행을 놓고도 야당의 반발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부분들은 민생경제협의체에서 계속 다뤄지지 않을까 싶고, 야당 입장에서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내세울 수 있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민생 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메시지를 내는 자리로 만들 것으로 보이고, 또 정부나 여당 입장에서는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 국민의힘을 설득한다기보다는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장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어찌 됐든 간에 명분상 운영 자체는 되겠지만, 적극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보는 협의체 운영은 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해 보겠습니다.
Q. 천용길 시사평론가는 민생경제협의체에 대해서 전망을 해 주셨으니까, 그러면 박 실장님은 전반적으로 대화의 정치 복원 측면에서 좀 어떻게 보세요?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거듭되는 말씀이지만 민생 경제를 야당이 주장했던 여당이 했던 간에 이건 조금 야당으로서는 힘이 세게 보이지 않는 느낌이 들 거예요.
Q.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그렇죠. 어차피 집권 여당이 하는 것인데, 거기에 병풍을 쳐준다고 할까? 뒤에 줄을 서주는 들러리 역할? 이런 정도만 야당은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 거예요. 그러니까 결국은 굉장히 큰 명분 싸움, 한쪽은 '내란 세력, 너희들 물러가라, 빨리 반성하라, 무릎 꿇어라' 이런 거잖아요, 정청래 대표?
송언석은 그건 그렇지 못하겠다, 독재 정권, 이렇게 지금 내란 프레임을 씌워서 우리를 다 없애려고 하느냐고 강하게 저항하는데, 그런 큰 축을 놓고 여야가 싸우는 그런 모습이 어쩌면 중간중간 대화를 한다 하더라도, 어제 예를 들면 원내대표가 특검 같은 경우에는 수사 기간 연장은 안 하겠다고 얘기했잖아요.
그 대신 금융감독원의 개편, 지금 현 정부가 '그래, 일 한번 잘해 봐라, 금융감독원 너 개편해 봐라, 우리가 손 들어 줄게' 이 정도로 합의를 했는데, 그런 것이 좀 반복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아마 더 큰 축은 국민들도 관심사안은 계엄 정국 이후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판, 이런 것들을 둘러싸고 누가 정치적인 명분을 크게 가져가느냐, 이것이 큰 싸움이 되지 않을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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