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도 없는데 전세 임대를 했다고?
이번 전세사기는 대구MBC가 집중 보도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알려진 건 2023년 5월입니다.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도시형생활주택에 17가구의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었는데요.
17가구에서 전세보증금으로 15억 5천만 원을 임대인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건물 소유권은 임대차계약을 맺은 임대인이 아니라 부동산신탁회사에 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가진 돈 없이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었고 그러면서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간 겁니다.
소유권도 없으면서 임대차 계약을 맺은 거죠.
"불특정 다수를 대상 반복적 범행···징역 5년"
이 임대인은 잘못이 드러났지만,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에게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피해 보상을 위한 조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2024년 2월 검찰이 구속기소 했습니다.
1심 판결은 7월 23일 나왔습니다.
징역 5년.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며 오랜 기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보상이 되지 않은 점, 그리고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피해에 비해 너무 가벼운 형량···엄벌해야"
판결이 나자마자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형량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구 남구 전세사기를 포함한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더욱 엄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구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이자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의 정태운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 "저희의 재판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다음 재판부터는 조금 더 확실하게 피해자들의 마음을 담아 가해자들을 엄벌하는 형이 내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사기행각 인정돼 징역형 내려졌지만···실질적 피해 보상은 없어
임대인의 사기행각이 드러나 징역형이 내려졌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살고 있는 집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기 때문인데요.
신탁회사에서는 집을 비워달라는 주택 인도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에 따라 아무런 보상도 없이 거리로 쫓겨날 처지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의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김승진 변호사입니다.
김승진 변호사 "피고인을 형사처벌 하는 것은 속이 후련한 것이고 실질적으로 내 전세금을 찾거나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국회에 의한 (전세사기) 특별법의 개정입니다."
전세사기 대구 418건···경북은 253건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피해로 인정한 사례를 집계했는데요.
대구에만 418건, 경북 253건입니다.
대부분 전세 보증금 3억 원 이하고 사회 초년생, 그리고 내 집 장만을 꿈꾸는 40세 미만 청년층이 73.64%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로 삶에 대한 희망마저 빼앗겼다며 일상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신속한 수사와 엄벌,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부와 가난의 대물림···'정의'와 '공정'은 어디에?
국회 청문회라든지 조금만 돌아보면, 수십억대 재산을 가지고 증여세 한 푼 내지 않고 대를 이어가며 부를 누리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어렵게 가정을 꾸렸지만,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며 살아가는 흙수저의 삶은 왜 이리 가시밭길이어야 하고 왜 이리 고달파야 합니까?
정의와 공정, 법과 원칙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