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포항에서만 차량 8천5백 대가 침수됐는데요,
연식과 주행거리 등을 따져 보험회사가 산정한 금액만 보상받을 수 있는 데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주들은 한 푼도 건질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파동으로 새 차를 빨리 살 수도 없고, 중고차도 가격이 올라 자동차가 생계 수단인 수재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규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냉천 범람으로 물바다로 변해버린 포항시 오천읍 세계리.
이곳에서 식육점을 하는 김미향 씨는 이번 태풍으로 식당 옆에 주차해 둔 승용차가 하천으로 떠내려가 차를 폐차했습니다.
출고한 지 몇 달 안 된 아들 차도 물에 잠겼습니다.
하지만 자차보험을 안 넣어 놓아 보상은 한 푼도 못 받습니다.
◀김미향 포항시 오천읍 세계리▶
"돈이 없잖아. 그럼 빚을 내서라도 차를 사야죠. 보상은 자차를 제가 안 넣었으니까, 못 넣었으니까 보상은 없죠"
식당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는 이 차량도 침수차입니다.
견인차를 불렀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화물차와 오래된 차량이 많은 포항 오천읍의 특성상 침수차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차보험' 미가입 차량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다 출입 통제구역 통행 등 본인 과실로 발생한 침수 피해는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상이 불가합니다.
당장 차를 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중고차는 반도체 부족 현상과 맞물려 가격이 높아져 있는 데다,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한 직거래는 침수차 재구매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김봉환 포항 중고 자동차협의회 회장▶
"저희 같은 인증업체는 포항시와 협조해서 침수차를 잘 관리하고 있어 괜찮고, 개인 간 거래에서 침수차 거래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큰마음을 먹고 신차를 구입하려 해도 인기 차종은 출고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해 침수 피해를 당한 차주들은 당분간 차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원태진 포항 자동차 영업소 직원▶
"(인기 차종은) 차량 납기가 1년 6개월 정도 오래 걸리고 있는데 화물차나 영업용 택시 등 생계형이나 영업용 차들은 본사에서 긴급 출고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9월 13일까지 집계된 포항지역 침수차량은 모두 8,463대.
아직 접수를 하지 않은 차량도 있어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침수차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이규설 입니다. (영상취재 최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