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큰소리를 치는 것도 모자라 물건을 던지고, 몸을 밀치거나 때리는 등 요즘 지자체 민원실은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진짜 조금만 사람처럼 대해달라' 이런 호소까지 나오고 있는데, 몸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근무하는 공무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변예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한 민원인.
공무원을 향해 삿대질하며 큰소리를 치더니 여권을 내던지고 급기야 얼굴에 손찌검합니다.
민원 응대 공무원들은 폭언과 폭행, 심지어 흉기 난동까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며 불안을 호소합니다.
◀악성 민원 피해 공무원▶
"제일 무서운 게 가끔가다가 위협하신다고 집에 있는 망치라든지 안에 그리고 샷다라든지 뭐 내리실 때 쇠막대기 같은 걸로 위협을 하시는데…"
악성 민원은 2018년 34,000여 건에서 2021년 51,000여 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30대 이하 공무원 조합원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25%가 악성 민원 때문에 죽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악성 민원에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에서는 몸에 부탁하는 휴대용 촬영 장비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캠'은 목에 걸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버튼을 누르면 영상 촬영과 녹음이 시작됩니다."
인권 등을 고려해 민원인이 폭언이나 폭행을 하면 미리 경고하고 촬영합니다.
◀현장음▶
"선생님께서 폭언하시면 촬영, 녹음 시작하겠습니다."
카메라까지 동원한 악성 민원 대책에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와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엇갈립니다.
◀김수경 대구 중구▶
"(요즘)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거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방지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최영율 대구 수성구▶
"(악성 민원인이) '아니 나는 동의 못 한다.' 그러면 그것 때문에 또 민원인하고 또 싸울 경우가 발생하지 않겠나."
휴대용 카메라는 대구에서 군위를 제외한 8개 구·군에서 도입했습니다.
◀악성 민원 피해 공무원▶
"좋으신 분들도 많거든요. 같이 일을 하다가 만나면 되게 고맙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조금만 조금 진짜 조금만 사람처럼 대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도를 넘은 악성 민원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공무원과 민원인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