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봉화군은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경북의 대표적 의료 낙후 지역이었습니다.
그동안 지역 어린이 환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을 텐데요.
그런데 지난해 봉화군청이 의사 인건비 지원을 약속하면서, 사상 첫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열었는데 여덟 달도 안 돼 6천 명 가까운 환자들이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봉화군의 한 작은 병원.
병실 한켠이 소아청소년과로 꾸며졌습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놀이시설과 병실까지 갖춘 소아병동이 월요일 아침부터 어린이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초등학생 6학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이동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숨 크게~! 옳지!"
그동안 봉화군에는 소아청소년과가 운영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봉화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아프면 인근 영주나 안동으로 달려가기에 바빴습니다.
◀김동규, 김주은 봉화군 봉성면▶
"금방 이렇게 진료를 보고 갈 수 있으니까··· 다른 지역에 가면 한 두 시간 정도 이동하는데 걸리거든요. (지금은) 등교에도 영향이 없고···"
이 상태로는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봉화군이 2023년 7월, 지역 병원에 소아과 개설을 요청했고, 마침 봉화가 고향인 소아과 전문의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은퇴를 고민하던 의사는 고향에서 손주를 돌본다는 마음으로 망설임 없이 봉화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이동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금은 제 평생에 가장 행복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진짜 모자람이 하나도 없어요. 앞으로 진료할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잘 모르지만 저는 우리 지역에다가 제가 청진기 놓을 때까지 있겠다고···"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농촌에서 소아과가 문을 열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도 봉화군청의 결단이 컸습니다.
의사, 간호사의 인건비, 또 시설 개선비를 연간 4~5억 원씩 부담하기로 한 겁니다.
◀김제돈 봉화군 보건정책과장▶
"지금 정책을 보면 우리 어른들, 성인들, 노인들 위주로 정책을 펴면서 어린아이들이 좀 소외받거나 이런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인근으로 진료를 받는 어린이나 부모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지만 봉화처럼 소아과를 새로 여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북에서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어 공보의가 진료를 담당하는 지역은 영양, 청도, 고령 등 세 곳.
7개 시군은, 소아청소년과가 단 한 곳씩만 운영 중이어서, 언제 소아과 진료가 끊길지 알 수 없습니다.
◀윤성용 경상북도 보건정책과장▶
"저희가 인건비를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진료 공간도 필요하고 진료 기자재도 필요한데 병원에서 그런 부분들을 먼저 갖추지 않으면 저희가 지원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봉화군 소아청소년과는 문을 연 지 여덟 달 만에 모두 5천8백여 명, 매달 7백여 명씩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애초 기대보다 호응이 좋다고 판단한 봉화군은 소아 병동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에도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그래픽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