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동해안을 대표하는 어종인 오징어가 2023년 최악의 어획량을 보이면서 어민들이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약속한 긴급경영안정자금마저 까다로운 대출 요건 탓에 받기가 쉽지 않은데요
어업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장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동해안에서 오징어 조업이 가장 활발한 포항 구룡포항, 이맘때면 한창 조업을 해야 할 채낚기 어선들이 줄줄이 묶여 있습니다.
극심한 어획 부진 탓에 두 달 전부터 사실상 조업을 철수한 겁니다.
실제로 경북 동해안의 오징어 위판량은 2022년 8천5백 톤에서 2023년 2천5백 톤으로 1/3 아래로 줄었습니다.
특히 구룡포는 1/5로, 울릉도는 1/20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조업할수록 적자이다 보니 이미 도산 위기에 처한 어민들도 상당수입니다.
◀최병철 구룡포 선주협회 회장▶
"조기에 10월 중순, 11월 말 거의 이 시기에 철망 했어요. 거의 최악이죠. 고기 안 나니까 나가도 수입이 아니고 적자니까."
급기야 정부가 2023년 12월 오징어잡이 어민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3천만 원씩을 수협을 통해 융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수협 이사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느라 아직도 자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당초 정부의 발표 내용과 달리 담보 능력이나 신용 등급이 낮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어민이 속출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병철 구룡포 선주협회 회장▶
"우리 어민들이 전부 다 이자 연체되고 있는데 등급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거든요. 등급 되면 뭐 하러 우리가 그런 돈 받겠습니까.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해버리니까 대책이 없는 거죠. (이자) 연체는 계속 나오고 나중에 결국은 부도내야 하는 거죠"
정부는 수협 측에 원활한 자금 지원 방안을 계속 주문하고 있지만 융자 요건은 수협 자체 결정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융자) 손실이 발생하면 수협도 어느 정도 부담을 갖는 구조여서 보수적으로 자금을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어민들은 최근 10년간 오징어 어획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만큼, 어선 감척 사업을 대폭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장성훈입니다. (영상취재 최보식, 그래픽 최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