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3년에는 과수 개화기인 봄철 냉해와 긴 장마로 병해충이 유난히 극성입니다.
농사를 망쳤다는 농가들이 적지 않은데요, 이럴 때를 대비해 농작물 재해보험을 가입해뒀는데, 피해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고 보상 금액도 턱없이 적어, 보험을 들어도 소용없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장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덕군의 한 고추밭, 밭 전체가 바이러스성 병해를 입어, 달린 고추의 대부분이 색이 변하고 무르거나 죽었습니다.
줄기 전체가 아예 말라 죽어 버린 것도 있고 파릇해 보이는 어린 고추들도 서서히 병들고 있습니다.
◀임두홍 영덕군 지품면▶
"이 고추가 잎이 이렇게 시퍼렇게 보여도 고추 딸 게 하나도 없어요. 바이러스가 한번 와버리면 고추 딸 때까지 이 병이 옵니다. 고추 생산이 불가능해요."
이럴 때를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해 뒀지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농가의 반응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90%가량을 지원하고 농협손해보험이 운영하는 정책보험인데도 피해 산정 방식이 불합리해 실제로 인정된 피해율은 45%, 받게 될 보상금은 300만 원 남짓입니다.
실질 소득의 1/10 수준이고 농자재값 등 생산비용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임두홍 영덕군 지품면▶
"800평 고추 농사를 짓는 데 재료값은 700~800만 원 들었는데 지금 보험에서 주는 돈은 다 줘봐야 770만 원밖에 안 된다, 이거는 별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세균 병이 번져 피해가 극심한 복숭아 농가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원래 병든 복숭아는 서둘러 따내야 병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웬일인지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현장을 다녀간 손해사정사가 병들었어도 따버린 복숭아는 피해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해 그냥 둔 겁니다.
◀남복순 영덕군 영덕읍▶
"(피해율이) 80~90%는 되는데도 그 사람들이 그만큼 안 줘요. 60%. 많이 줘야 60%예요. 올해 같은 경우 보험을 옳게 안 해주면 농민이 살 수가 없어요. 농약값도 안 나와요 지금. 너무 억울하다니까요."
피해 산정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 조사를 다녀간 손해사정사와 농협 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깁니다.
◀손해사정사▶
"그것은 제가 말씀드릴 게 아닌 것 같아가지고요. 다른 분한테 하세요. 농협에 직접 전화를 해보세요."
◀농협 관계자▶
"손해사정사분들이 나가서 평가를 하시는 거거든요. 제가 직접 평가하는 게 아니라서 저도 손해사정사가 아니라서 (모릅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사과와 배를 시작으로 2023년 70개 품목으로 확대됐지만 가입률은 2022년을 기준으로 50%에 머물고 있습니다.
MBC 뉴스 장성훈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