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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구출 30년···"자연유산 보존 상징"

◀앵커▶
임하댐 건설 계획에 따라 수몰 위기에 처했던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가 구출된 지 2024년으로 30년이 됐습니다.

수령 7백 살이 넘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 당시 5백 톤 무게의 나무를 들어 올려 다시 심는 대규모 공사까지 진행됐었는데요.

용계리 은행나무 구출 공사는 지금도 자연유산 보존의 상징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하천 한가운데 솟은 언덕 위로, 노랗게 물든 거대한 은행나무가 자태를 뽐냅니다.

높이만 무려 37m, 둘레는 성인 8명이 모여야 안을 수 있는 14.5m나 됩니다.

수령은 780살가량 된 걸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입니다.

◀권광혁 안동 용계리 주민▶ 
"길안초등학교 용계분교 운동장에 이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들은 운동장에 있는 은행나무에 올라가서 숨바꼭질도 하고, 선생님 오실 때까지 여기서 놀았으니까···"

그런데 39년 전, 안동 임하댐 건설 계획에 따라 용계리 3개 마을이 수몰 대상지로 결정됐고, 이 은행나무 역시 물속에 잠길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마을은 사라져도, 마을을 수백 년간 지켜 온 은행나무는 사라져선 안 된다며 나선 건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권오설 안동 용계리 주민▶ 
"마을이 이 밑에 있다가 은행나무 물에 잠긴다고 해서 마음이 참 굉장히 섭섭했어요. '(은행나무를) 살리는 게 목적이다'라고 주민들이 그렇게 애원을 했어요."

각계 기관과 전국 각지의 나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결국 용계리 은행나무를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올려 심는 '상식'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H빔이라는 철강 구조물을 설치해 뿌리 분을 보호한 뒤, 500여 톤에 달하는 나무를 하루에 50cm씩 들어 17.5m가량 수직으로 끌어올려 심는 데 기적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공사 기간만 4년이 소요됐고, 사업비는 당시 25억 원이 투입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난도 공사였습니다. 

◀이동석 당시 상식 담당 업체▶ 
"상식을 해서 잘 살 수 있을까, 살 수 없을까 갑론을박이 상당히 많았었고, 한 6개월가량을 들어 올려서 지금 현 위치에···"

용계리 은행나무의 구출 작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나무 상식 사례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습니다.

수몰 위기에서 구출된 지 30년째, 용계리 은행나무는 이제 자연유산 보존의 상징이 됐습니다.

◀조운연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 위원▶ 
"자연유산은 그 자리에서, 그 나무의 씨가 떨어져서 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이 같이 숨을 쉬면서 살아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안동시가 3년 전, 용계리 은행나무에 대한 생육 상태를 정밀 측정한 결과, 뿌리 발달 상태는 80% 정도 회복해 양호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권기창 안동시장▶ 
"자연유산의 보존과 관리를 넘어 문화유산과 융합시켜서 재미와 감동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자연유산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입니다." 

안동시는 용계리 은행나무 주변 도로를 개설해 접근성을 높이고, 노후화된 전시관도 새 단장해 용계리 은행나무를 관광 명소화할 계획입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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