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20명 명의 손님 이름을 도용해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을 무더기로 개통해오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피해 금액만 4천만 원에 이르는데요, 파기해야 할 손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몰래 개통해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변예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24년이면 일흔이 되는 어르신은 몇 년 전 대구 남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휴대전화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12월 자신이 개통한 판매점 직원이 새로 연 다른 판매점에서 최신형 '아이폰 14프로'가 자신의 이름으로 개통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출고가는 169만 원, 요금제는 월 8만 8천 원입니다.
신규 가입뿐 아니라 단말기 변경, 번호 이동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줄줄이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본인과 딸, 손녀, 손자까지 합쳐 이동통신 3사에서 개통된 휴대전화만 13대, 인터넷과 TV에도 가입이 돼 있었습니다.
그동안 요금 청구나 알림이 오지 않은 채 연체되다 지난 10월 신용정보업체에서 체납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A 씨▶
"인터넷하고 TV에 묶었는데 그건 아예 써본 적도 없는 건데 다 인터넷이 개통해서 휴대폰에다 묶어서··· 지금까지 우리가 낸 거 빼고 남은 금액만 지금 1,700만 원"
경찰 확인 결과 같은 판매점에서 명의 도용을 당했다는 신고자가 20명이 넘습니다.
90대 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미성년자, 외국인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모두 휴대전화는 본 적도, 직접 개통한 적도 없다고 경찰에 밝혔는데 피해 금액은 4천만 원에 달합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B 씨▶
"요금 많이 나와서 알았고 또 한 건은 채권, 신용불량, 신용 정보에서 불량 된다."
휴대전화 가입 때 기깃값과 요금을 할인해 주겠다는 판매점 설명이 있었지만 명의 도용에 악용된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C 씨▶
"'(고장 난 갤럭시) 노트 20을 저(판매점)한테 주시면 남은 할부금이랑 이제 위약금이랑 고객님이 안 내셔도 되고 제가 다 정리해 드릴 테니까 22 울트라를 개통을 합시다' 해서 제가 그걸 알겠다고 해서 (개통) 했거든요."
경찰과 이동통신사 확인 결과 판매점에서 휴대전화 가입 때 받은 신분증 사본 등 개인 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명의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뒤늦게 확인한 서비스 신청 계약서에는 판매점에서 임의로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판매점 측은 "편법 영업은 맞지만, 휴대전화 요금이나 기기값 일부를 내주는 조건으로 다른 번호 회선을 개통할 수 있다고 사전에 고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피해 금액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판매점을 운영한 30대 여성을 사기 등 3가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피해자가 더 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그래픽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