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단속 경찰 "이불 딱 뒤지니까 바로 나오더라고요, 이거."
경북의 한 공단 지역, 공장 창고 구석에 이불을 들추자 검은 봉지에 담긴 붉은 알량 봉지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필로폰과 카페인을 섞은 합성 마약, '야바'입니다. 태국어로 '미친 약'이란 뜻의 '야바'는 주로 태국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신종 마약입니다.
붉은색 알약 형태로, 주사기 없이 투약할 수 있고, 기존의 단독 마약보다 짧은 시간 안에 훨씬 강력한 환각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성도 더 강한 데다 생산 단도 싸고 제조 공정도 짧아서 태국에서 대량으로 생산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퍼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경북의 한 공장 창고에서 발견된 양만 67,000정, 시가 33억 원 상당으로 야바 압수 규모로만 부산에서 68,000정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같은 공장 기숙사 방에서는 찢어진 야구공 수십 개가 담긴 택배 상자가 발견됐습니다.
이 방에 살던 35살 태국인 남성이 '야바' 국내 밀반입 총책이었습니다.
이상민 경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 "그동안 밀수입하더라도 야바 같은 경우는 약통이나 음식 통 같은 데 섞어서 단순히 넣어 왔는데, 이번 같은 경우는 야구공을 해체하고 그 안에 (마약을) 넣고 다시 실밥을 꿰매서 완제품으로 위장하는 아주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을 사용한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야구공을 뜯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 발견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2023년 8월부터 11월까지 야구공 안에 숨겨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수법으로 태국에서 야바 82,000정, 시가 41억 원 상당을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고는 대구와 울산, 경기도 등 전국 각지의 중간 판매책에게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했습니다.
밀수입 총책 일당이 공단과 농촌 지역 인적 드문 수풀 등지에 몰래 마약을 숨겨 놓으면 중간 판매책이 찾아가는 식인 겁니다.
중간 판매책은 이걸 일대 태국인 근로자들에게 판매했습니다.
마약을 구매한 태국인들은 기숙사 등에 함께 생활하며 마약을 집단으로 상습 투약했는데, 출근 직전이나 근무 중에도 마약을 투약한 뒤 환각 상태에서 일도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상민 경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 "검거된 태국인들 진술을 보면 범행 장소와 시간이 일하는 시간대, 출근 시간대로 특정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일 한 정씩 하는 사람도 있고 주마다 하는 사람도 있는데 좀 중독된 사람은 매일 투약하며 위험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그런 거죠. 대부분 공장에서 근무하는데 위험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경찰은 투약자 포함 태국인 47명을 붙잡아 이 중 밀반입 총책과 판매책 등 16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인터폴과 공조해 태국 현지에서 밀반입을 설계하고 마약을 보낸 공범 5명을 쫓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마약류 집중 단속을 벌였습니다.
이 기간 잡힌 마약 사범만 17,152명.
2022년 12,387명보다 38.5%나 늘었습니다.
이 중 외국인 마약 사범은 2,67명으로 2022년 같은 기간 1,757명보다 17.6% 늘어났는데 4년 연속 증가세입니다.
국적별로는 중국 32.9%, 태국 30.2%, 베트남 23.8%, 우즈베키스탄 2.9%, 러시아 2.5%, 미국 2.0% 등 순이었습니다.
경북경찰청은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단속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